제자들이 떠나버린 십자가 아래서
어린 요한은 예수님의 죽으시는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들까지도.
“내가 목마르다.”
“다 이루었다.”
예수님과 함께 못 박힌 사람들의 다리를
로마 군인들이 꺽는 과정도,
창으로 예수님의 옆구리가 찔려 물과 피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요한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의문하지 않았을까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상황은 무엇이며
이 상황의 끝에 어떤 반전이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기다린 그에게 어떤 기적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절망했고 기운 없는 발걸음을 옮겼을 것입니다.
당시 그는 지금의 때를 알지 못 했습니다.
그에겐 아직 부활의 소망 같은 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그는 증인이 되었습니다.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지켜봐야만 했던 절망의 시간을
모두 목격하고 살아낸 후,
그는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증언하는 증인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사랑하는 목사님 한 분이 기도를 부탁하셨습니다.
몇 주일 간 극심한 무력감에 힘들어 했기 때문입니다.
십여 년을 계속해서 달려오신 분인 것을 알기에
나는 염려하면서도 한편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습니다.
그 감정과 상태들을 기억하고 경험하는 것은
앞으로의 긴 목회생활에서 누군가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될 거라 믿습니다.
모세가 경험했던 중반기 40년의 세월은 헛된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모세를 모세로 살게 만드신 시간이라고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모든 시간도
알 수 없는 시간들로 가득합니다.
주님 앞에 나아갔을 때 무어라 말씀하실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나는 이 본문을 묵상하며 기도합니다.
“하나님, 나도 오늘을 살며, 오늘을 지켜보겠습니다.
오늘을 기억하며 당신이 하신 모든 일의 증인이 되겠습니다.
기뻐할 수 없을 때에도 주님이 여전히 나와 함께 하시기에 기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