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에 귀가했습니다.
울퉁불퉁한 길을?한참동안 걸으면
그 길의 가장 꼭대기에 우리 집이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숲의 냄새가 가득하고
아침이면 온갖 새들이 봄을 알고 찾아와 지저귀는 정겨운 곳입니다.
작년에 만난 대환이네 생각을 하며 걸었습니다.
첫째 대환이와 셋째 은환이는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여러 환경이 무척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근황을 이야기하시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웃음이 가득합니다.
죽음을 이야기하고, 이별을 이야기해도
그 말들 속에 봄의 새싹이 가득했습니다.
“늦은 밤에도 우리 아이들이 목욕시켜달라면,
머리 감겨달라면 아무리 피곤해도 그렇게 해요.
죽음 앞에 당당하고 싶어서요.”
내일 아이들을 떠나보내도 웃으며
헤어질 수 있을 만큼 당당해 보였습니다.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데도
그렇게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내 마음에 판화처럼 눌려져 잊히지 않습니다.
그 풍경을 떠올리며
아주 늦은 귀가에도 나는 기쁜 콧노래를 부릅니다.
오늘 누군가를 돌보고, 사랑하고
내일은 가족을 사랑하고 돌보고
주님 주신 오늘을 살아가는 복락을 생각하며 기뻐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