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할 때
온유는 후딱 기도를 해버립니다.
아무래도 아빠 엄마가 귀기울이고 있다는 걸
의식할 나이가 되었나봐요.
자기는 아빠를 의식하면서 말입니다.
내게 왜 기도 안하고 밥 먹냐고 따집니다.
“아냐, 아빤 조금 전에 기도했어.”
“그럼 작게 기도한거야?”
“응.”
“아빠, 크게 기도 해야지.”
온유의 부탁에 일부러, 큰 소리를 내가며 기도합니다.
그리고 온유가 기도했던 말들을 따라합니다.
이 아이가 평생에 계속 기도했으면 좋겠다 싶은 대목들입니다.
“하나님, 아이 못 낳는 엄마들 아이 낳게 해주세요”
“하나님, 사랑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사랑받게 해주세요.”
정말이지. 어디서 이런 말을 들었는지
이런 기도를 할 때면 감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슨 기도를 하는지 귀기울이게 됩니다.
몰래 녹음이라도 하려고 하면 이젠 여우처럼 눈치를 채버립니다.
내가 드린 큰 소리 기도를 듣고는 온유가 품평을 합니다.
“아빠, 기도 소리가 너무 크잖아.
조금 크게 그런데 그것보다는 조금 작게, 그렇게 기도해봐.”
아빠를 무슨 리모콘으로 볼륨조절하듯 대하는게
너무 우스워서 한참을 웃었네요.
오늘처럼 맑은 하루,
너무 작게 웃지는 마시고
그렇다고 요란하게 웃지도 마시고,
조금 크게 그런데 그것보다는 조금 작게 웃어 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