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집에 돌아와서야
아침도 점심도 걸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주했던 하루를 정리하고
서둘러 저녁을 먹고 나니 허기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밥상을 정리하고 체스판을 가지고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들과 체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온유는 이기는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며칠전에 일부러 몇 번 게임을 져주었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졌습니다.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이번에는 반대로 내리 두 번을 아빠가 이겼더니
속상한 온유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아빠가 이렇게 이길 수 있지만
전에는 일부러 져준거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때 일이 생각났습니다.
온유에게 왜 그렇게 말했을까 후회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니까
이제 다 큰 아이처럼 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마냥 어린 아이일 뿐인데
모든 일에 가르침이나 교훈을 남겨야만 했을까?
그냥 아빠를 이겼다는 자신감?하나?안겨줘도 괜찮았을것을.’
그래서 집에 돌아가면
오늘은 무조건 게임을 져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체스판을 열고 났더니
온유보다 어린 소명이가
체스를 하고 싶다고 졸라댔습니다.
결국 온유와 소명이가 체스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온유는 동생을 단번에 이겨버렸습니다.
그래서 온유와 체스하려던 계획을 바꿔서
소명이와 체스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명이에게 체스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려주며 나는 끊임없이 게임에 졌습니다.
그 모습을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온유가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는 이길 수 있는데 왜 자꾸 소명이에게 지는거야?”
“아빠는 체스를 지면 속상하지 않아?”
내가 온유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들을
소명이와 체스를 하며 말해주게 되었습니다ㅣ.
“온유야, 지는것이 다 속상한 일은 아니야.
아빠는 소명이가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싶어.
그래서 져주는거야.
소명이가 충분히 할 수 있을때가 되면
정식으로 힘을 겨루면 되지만
아직은 소명이가 약하니까 아빠가 계속 봐주는거야.
이게 아빠가 응원하는 방식이야.”
몇 번을 더 게임을 하다가
아이들이 차례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늦은 밤, 덩그러니 남아있는 체스판을 보며
감사했습니다.
주님 언제까지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이런 보석같은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