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참회록을 써야 할까

용정.

이곳은 시인 윤동주의 고향이다.

저 멀리 나 있는 길에 윤동주 생가가 있고,

저 길을 따라가면 안중근 의사가

저격연습을 했다는 선바위가 있다.

소달구지 덜그렁거리고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벼타작 하는 모습.

흙먼지 폴폴 날리는 이 아늑한 풍경 어딘가에서

윤동주의 시에 나오는
개구쟁이 꼬아 아이 만돌이가

뛰어나올 것만 같다.

‘용정종합고중’

가난하고 희망 없어 보이는 중국의 조선족 아이들을

교육하고 가르치기 위해

한국와 멀리 외국에서 건너온 선생님들이 이곳에 세운 학교다.

“선구자들이 간 길이 저희의 길과 같습니다.
교육과 믿음을 통해
어둔 세상을 깨우는 것이지요.

이 학교 교장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나라 잃은 암울했던 시절 민족을 위해

피 흘리고 땀 흘린 길과,

지금 이 외진 곳에서 희망 없이 시들어 가는 아이들을 교육하고

길러 내는 길은 똑같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란 거다.

이곳뿐 아니라 지구 곳곳 어딘가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의미 있는 불빛을 키워 내려는 많은 이들이 있겠지.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윤동주는 참회록에서 만 24년 1개월 나이에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보다 훨씬 많은 나이의 나는 지금

어떤 참회록을 써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