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마구 쏟아지던 어젯 밤,
다섯 살 딸, 온유와 몇 시간동안 심야 토론을 했네요.
대화가 이어지는걸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아프리카에는 벌레가 많아.> 입니다.
“아프리카 벌레 많은 곳이야.
동물들이 벌레들한테 잡혀 먹어.
TV에서 봤어.
벌레들이 막 잡아먹는데
얼굴 까만얘들도 있더라고.
벌레들 많았다. 천 백 개나 있었어.
밥도 못 먹었어.
맨날 굶었더라.
밥도 더럽게 먹었더라.
그 얘들은 못 먹고 벌레들이 다 먹었어요.
너무 불쌍하지요?
아빠가 가서 밥 떠서 주면 되잖아요.
좋은 생각이지요?
근데 벌레들이 먹으면 어떡하지?
아빠, 걔네들 불쌍한대. 어떻게 해줘요. 밥. 그쵸?”
“걔네들 불쌍하면?온유가 기도해주면 되잖아.”
“나 맨날 기도하잖아.
맨날 기도하니까 싫어. 밥 먹을때와 아침에 일어날때만 기도하고 싶어.
그리고 아빠 (밤에 기도해주는) 기도 안해줬잖아.
그 친구들 아빠가 기도해줘. 그러면 나도 해줄게.”
“하나님, 아프리카의 까만 친구들
밥 못 먹는 친구들 밥 먹게 해주세요.
아픈 친구들 안 아프게 해주세요.
예수님 사랑하게 해주세요.”
“그런데 걔네들 예수님 안 믿어.”
“”믿는 친구들도 많아. 온유도 기도해.”
“하나님, 밥 못 먹는 친구들, 먹게 해주시고
아프리카에 밥 못 먹는 친구들 있습니다.
밥을 허락해 주시고
밥을 먹어서 벌레들한테 안 물리게 해주세요.”
“아빠가 나중에 아프리카 가면 그 친구들 밥 먹여줄게”
“어떻게 밥 먹여, 벌레들 있는데..
벌레들이 와서 냠냠냠 먹어. 그러면 더러워져.
그러니까?가지마.
하나님이 주실거야.”
“하나님은 주시는데,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일하셔.”
“걔네들도 사람이잖아! 왜!
우리처럼 생겼는데 얼굴이 까맣지? 우리는 걔네들과 얼굴이 다르지.
그런데 걔네들은 벌레 있지.
아!! 우리 놀이터에도 벌레 많아.”
“그래. 우리 놀이터에도 벌레 많잖아.
우리랑 똑같애. 그 친구들도.”
“맞어. 어떻게!
그럼 우리 놀이터에 가지 말까?
벌레들이 있으니까 놀이터에 가지말자. 이제”
“온유 놀이터 안 가면 어디서 놀건데?”
“집에서.”
“그럼 하루종일 집에 있을거야??”
“놀이터 말고 다른데도 가지.”
“다른데 어디 가고 싶은데?”
“아프리카에 벌레 있다.
나는 아프리카에 안 가봐서 벌레 있는지 모르겠네?”
“그럼 나중에 온유가 아프리카 가서 벌레 많은지 보고 와.”
“벌레 싫어. 벌레가 문단 말이야.”
“아빠가 지켜줄게.”
“안 갈거야.
엄마가 거기 가지 말라고 그랬어.”
“아빠 이제 좀 자면 안될까?”
“안되지. 나랑 얘기하고 자아지. 많이.”
“벌써 몇 시간째 이야기하고 있잖아. 아빠 잠 좀 자자.”
“나 재워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