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꽤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입니다.
몇 십년 살림하신 권사님도
우리집에 와서는 냉장고며 수납장에
정리되어 있는 모양을 보고는
‘아이들 키우는 집이 맞냐’며.. 놀라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손대지 않는 비밀스런 공간이 한 군데 있습니다.
.. 제 방입니다.
결혼을 하고 몇 번을 손대보았지만
엉망진창인채로, 나름 질서가 존재한다고 믿는 비밀스런 공간이지요.
가끔 아내가 정리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하면
그제야 밀린 빨래하듯 정리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자기 자리가 찾지 못한 물건들이 이리 저리 쌓이기만 할뿐입니다.
엄마를 닮아서인지 나보다 그분야에 체계가 잡힌 온유가
그런 내 모습을 한참동안 쳐다 보더니
딱하다는듯 한 마디 했습니다.
“아빠! 아빠는 생각주머니가 작아?”
생각주머니는 유치원에서 배운 용어로
각각의 주머니마다 생각들을 집어 넣었다가 꺼낸다는 논리인데,
아빠는 생각주머니가 작어서
어느곳에 무엇이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아이 나름의 표현…
온유의 의도가 무엇이든 아빠를 절망하게 만드는 표현…
뭐라고 대꾸할 말도 없는 적절한 표현..
생각할수록 약오르는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