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영화 <순종> 시사회에 초대받아서
바쁜 일손을 잠시 내려놓고 아내와 다녀왔습니다.
짤막한 무대인사를 마치고 영화가 시작되는데
아내 옆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거의 초반부터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스갯소리로 ‘그분들은 정말 울고 싶은 날
영화관에 찾아온 걸 거야’는 농담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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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래도 사진을 찍고, 기획을 하고, 글을 쓰는 입장에서
영화를 보게 되니까 비평적인 시각으로
촬영이나 구도와 흐름을 찬찬히 살피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를 보며 눈물흘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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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프리카 풍경은 내게 슬프거나
어색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내도 영화를 보며 오빠가 이렇게?
사진을 찍었겠구나. 상상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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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셔서 더 이상 고) 김종성 목사님의 사역을
화면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그분의 사역을 상상으로만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우간다의 딩기디 마을과
그 부족을 위해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었지만
그의 가족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힘겨웠습니다.
사역지에서 심장마비로 목사님은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유언에 이끌리어 딸 김은혜 선교사님이
이곳 딩기디 마을에서 귀한 사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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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적은 내가 영화를 보다가
울음을 참지 못한 몇 장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픈 현실을 보여준 장면이 아니라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나온?
김은혜 선교사님이?자신의 돌아가신 아버지
고) 김종성 목사님을 추억하며 꺼낸?몇 마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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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세요.
하나님은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라고
나는 자주 말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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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정말 그들을 사랑했기에
그 사람들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는구나.
알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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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말이 얼마나 큰 무게인지요.
김은혜 선교사님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생전 목사님이 아껴주셨던 프로렌스라는 현지 아이는
벌써 돌아가신지 많은 세월이 흐른 목사님의 무덤 앞에서
마치 어제 일인 냥 한없이 그리움의 눈물을 떨구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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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많은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말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이 말들이 내 심장에 쿵. 하고 내려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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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중 레바논 난민촌에서 사역하시는
김영화 선교사님은
난민 공동체에서 시리아 난민들을 향해?이렇게 고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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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떠나지 않을게요.?
.. 가족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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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앞선 사람이 꺼낸 말이라면
아무것도 아닌 말이지만
말한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었다면
이 말을 꺼내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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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갈까?
말한 것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
살아갈 인생에 깊은 숙제를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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