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끼는 세 명의 동생들이 있다.
이들 세 명은
공통점이 있다.
무지 단순하게 착하다는 것.
원더우먼 복장을 한 아이는
내가 ‘거렁뱅이’라 부른다.
정말로 자기의 첫 소개를 거렁뱅이라고 했다.
그 뒤 귀염둥이로 불러 달란다.
내가 그럴 수 없다. 그랬다.
아주 가끔 연락을 하게 되면.
“저 겸둥인데요.” 그런다. 그러면 난 못 들은체 한다.
거렁뱅이의 본명은 진희다.
눈이 실 같이 작은 아이는
‘구라쟁이’라 부른다.
이 별명은 진희가 지었다.
왜 구라쟁이가 되었냐면.
“시은아 나 예뻐?” 진희가 물으면 고개를 아래 위로 끄덕 끄덕 한다.
정말로 진솔하고 진실되게 긍정한다.
그래서 구라쟁이가 되었다.
구라쟁이의 본명은 시은이다.
시은이는 내가 만나 본 착한 아이중에서도 월등하게 착하다.
한번은 자취방에 모여 볶음밥을 해먹는데
내가 뿌린 후추가루가 그만 시은이의 눈에 들어갔다.
당황한 내가 “시은아 괜찮니? 정말 미안.” 그러니까 하는 말이 압권이다.
“아니예요. 오빠 감사해요.”
“이번엔 또 뭐가 감사한대?”
“덕분에 제 눈을 깨끗게 씻게 해주셨잖아요.”
뭐. 대략 이정도다.
상상초월한 에피소드가 많으나 읽는 이들의 심금을 그만 울려야 겠다는 생각에서 그만둔다.
한 명의 남자 아이는 <띵오야>라고 부른다.
이 놈은 어릴적부터 조금 외롭게 자랐나 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한다.
한 예로. 월드컵 1승을 거둘때마다 음식을 대접한 건 둘째 치고
이사기념. 방학기념. .. 조금이라도 기념할 일만 있으면
대접하려고 안달이다.
띵오야의 본명은 진호다.
진호는 얼마전에 5.1채널 스피커를 구비했다.
소장하고 있는 영화가 수백편에 이르니(어쩌면 수천편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5.1채널이 여간 반가운 소리가 아니었다.
베이스음이 쿵쿵 거리고, 보는 이의 귓가를 맴도는 서라운드 입체음향을 들으려고
진호의 집에 갔다.
음악이 앞에서만 나올뿐 전혀 돌지가 않았다.
이유는. 5개의 스피커를 일렬로 나란히 세워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