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다리는 건 잘하는 것 같아요.
해야 할 일이 자꾸만 밀려서
난감하긴 하지만
이곳에 갇혀 있다고?
특별히 지루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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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주의보 때문에
지금 울릉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원래는 어제 독도에서
하루를 자고 오는 일정인데
기상이 악화되면서 급히 독도에서 울릉도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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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 있는 것과 섬에 있는 것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육지에 있으면 어떻게든 차편을 만들거나
멀리 돌아서 가는 방법이라도 강구할 수 있는데
섬은 배가 뜨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에는
그저 기다려야 합니다.
마냥 파도치는 방파제를, 바다 곁을 거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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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숙소 가까이에 있는
저동침례교회에?들렀습니다.
이곳은 110여 년 전 울릉도에
처음 생긴 교회라고 합니다.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바람과?파도소리가 들리는 예배당에서
자연스레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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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너를 불쌍히 여긴 자가 없었으므로
네가 들에 버려졌느니라.
내가 네 곁에서 지나갈 때에
네가 피투성이가 되어
발짓하는 것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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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다시 이르기를?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겔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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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바닷소리에 실려
주님의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
이 오래된 교회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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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불쌍히 여긴 자가 없었지만
외딴섬,?당시 120 가구 정도 살고 있었다는?
이 섬을 보시고
피투성이라도 살아 있으라.
말씀하셨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의 풍전등화 같은 시간 속에서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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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작은 아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발짓만 하던 내게?
주님이 말씀하셔서 오늘을?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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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은 말씀은
그렇게 살게 된 이스라엘이
크고 아름답게 자란 후에
어떻게 주님 앞에서 음행했는지를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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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존재였나요.
우리가 어떤 존재였나요.
주님의 은혜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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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생각 외의 장소에서
뜻하지 않은 시간을 누리고 있습니다.
저의 삶 가운데 많은 일이 있고
뜻밖의 일들이 날마다 닥쳐옵니다.
그럴 때마다 당황하지 않고
평안을 놓치지 않고
그 시간 가운데 주님이 주시는
은혜와 교제를 누리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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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주님 안에 있기에
어둠도 밝음도?계획했던 것도 뜻밖의 것도
모두 소중합니다.
주님 안에서 악한 것, 버릴 것이?어디 있습니까?
주님 이 마음을 놓치지 않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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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던지,?무엇을 하던지
내 마음이 주님 곁에 있는지
점검하게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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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앞두고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습니다.
하지만 멈추게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잠잠히 엎드려 기도해야 하기 때문인가요?
모든 일이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면 나는 이 시간 주님께 묻습니다.
멈춰진 이 시간 속에 잠시 내려놓고?
주님, 주님, 주님
주님 이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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