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가 집에 돌아와 말했다.
선거에 떨어졌어.
이미 아내와 함께 말해뒀다.
선거에 붙고 떨어졌고는 중요한게 아니니까
마음을 편하게 가져.
하지만 나도 앞에 서서 말하는걸 두려워 하는 편이라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말이 마음을 편하게 만들진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말해주고 싶었다.
선거에 떨어졌어.
라는 온유의 말에 괜찮아. 라고 말하기도 전에
회장 되었어. 라고 대답하며 배시시 웃었다.
온유의 공약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온유는 지난 3학년때 따돌림이라는 이슈를 자기식대로 풀어보려
동분서주했다.
그러다 울기도 하고, 누군가의 힘이 되어주기도 했다.
학기 마지막때는 도와달라는 편지를 받기로 했다.
자기가 내건 공약을 지키려 애썼는데
그 모습을 지켜본 3학년때 친구가 온유를 회장으로 추천했다.
온유는 이번에도 공약중 첫 번째를 따돌림에 이야기로 꺼냈다.
그리고 따돌림 당하는 친구가 없도록
작은 우체통을 만들어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두번째 공약을 내걸었다.
온유가 반에서 유일하게 전화기가 없다.
전화기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는 시대에
자기가 받은 엄마의 편지에 마음이 부드러워졌다는 말로써
친구끼리 마음 담은 편지를 전하는 운동을 공약으로 걸었다.
온유는 11살이 되어서 처음 피아노 학원에 갔다.
온유 또래는 이미 오래전부터 학원을 다녔지만
온유는 이제 겨우 3일째다.
피아노학원을 보낸 이유는 라뱀이를 보고 위로를 얻은 것처럼
피아노를 연습해서 자신의 마음을 풀수 있는 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이 아이는 학원에 가지 않는 동안
동생과 이런 저런 놀이를 만들어 놀았다.
그 중 하나가 도서관 놀이인데 이 놀이는 자신만의 책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한다.
온유의 세 번째 공약은 친구들을 작가로 만들어 주고
친구들이 만든 책으로 도서관을 만드는 일이다.
아이가 보낸 작은 시간들이 모아져서
작은 우체국이 만들어지고, 작은 도서관이 만들어지고
서로 따돌림을 줄일 수 있는 학급이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공약으로 내건다는 것.
꽁알꽁알 작아보이는 보석을 나는 눈여겨 보고 있다.
어떤 가치로 자라게 할 것인가?
이 시간을 주님께 올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