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찌는 듯 한 무더운 날씨.
늦은 밤이 된 지금 내 방 온도계가 34도에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난 예전부터 햇볕을 무지 싫어했다.
까만 피부에 더 그을리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햇볕 아래 서 있으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아서 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그늘로 다니고, 피곤한 기색이 보인다 싶으면 가까운 약국에 들러
박카스 한 병으로 몸보신 하며 여름을 보낸다.
이렇게 뜨거운 여름날
창희 형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전화했더니 ‘보고 싶어.’ 하는 특유의 어린아이 소리를 낸다.
나도 보고 싶어. 대답을 해주고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마자 작열하는 태양빛. 금세 약해지는 마음.
창희 형이 요즘 힘들다.
워낙 천진해서 생각 날 때만 우는 소리를 하고
다시 쾌활하긴 하지만
창희 형에게 현실적으로 닥친 큰 문제이다.
돈 오백만원이 적은 돈인가..
창희 형에겐 “괜찮아요. 형이 잘 못 한 게 아닌데 뭐. ”
이렇게 쉽게 말하긴 하지만, 큰일이다.
창희 형을 위해 기도해준다 했지만, 내 진심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사진은 찍지 말고, 사랑하는 동생으로 아끼는 형을 찾아가 위로 하고 싶었다.
사진 찍고, 안 찍고는 별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 부담스럽도록 뜨거운 날씨를 순전히 형을 위해서 간다는 하나의 시험이었다.
스스로 증명해 보고 싶었다.
작업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으로서 인가를..
그래서 밀린 작업을 팽개치고
더운 여름 내가 보고 싶다는 창희 형에게로..
정작 창희형 집은 지하라서 더 시원하더라. 걱정했었는데.
같이 라면 끓여 먹고, 굽은 손을 잡고 기도하고..
형. 저 이제 가볼게요. 어디를 가? 이제 집에 가야죠..
나오지 마세요.
요셉아. 왜요? 갈 때 더운데 부채나 하나 가져가라.
창희 형 사진은 안 찍는대도
카메라는 챙겨 왔다.
창희형 집을 나서자마자
다시 작열하는 태양.
그 태양빛에 아랑곳 않고
나물을 다듬고 계신 할머니.
내가 좋아하는 풍경인데..
오늘이 입추라던데… 참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