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 일간의 수련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얼른 씻고 싶은 마음이 간절..
암반수를 뽑아 올렸다는 세면장의 수도꼭지는
이상하게도 내 머리만 들이대면 물이 멈춰 버렸다.
그래서 삼 일간 머릴 못 감았다. 근질근질.
몸도 깨끗이 씻고, 세탁기도 돌리고..
아까 사무실에 들렀는데
두한이가 ‘형 제 사진 좀 올려주세요.’ 그런다.
응. 집에 가서 올려줄게. 지금 카메라가 없거든.
지난주에 두한이가 자기 사진을 전해줬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집에 와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두한이 생각이 났는데
아무리 찾아 봐도 그 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사진을 건네받을 때 생각 없이 가방에 쑤셔 넣어서인지
무슨 사진인지 기억도 잘 나질 않는데..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을 모르겠다.
한 장밖에 없는 소중한 사진이라면 어쩌지. 싶다.
나의 무심함이 참 한심하다.
가방을 탈탈 털어서야 사진을 찾았다.
두한이 옆에서 웃고 있는 분은 누굴까?
혹시 두한이가 말한 윤혁이형이라는 분이 아닐까?
윤혁이라는 분은 두한이가 좋아하는 형이란다.
(이름을 겨우 알아냈는데, 그 전까지는 엑스 형이라고만 말해줬다.)
두한이는 92년부터 지금까지 12년을 잠실에서 보냈단다.
그래서 중 고교 때 학교 갔다가 잠실 갔다가 했단다. 교복 입고.
완전히 조기유학이다.
그런 두한이보다 더 오래 잠실에 있었다던 윤혁이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