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절, 예배시간에
뛰쳐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만약 내게 부담스럽거나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말씀이 선포된다면
나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으로
자리에 앉아 펑펑 울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예배시간에 선포되는 메세지는
“돈 많이 버십시오.
돈 많이 벌어야 좋은 집에 이사 갈 수 있습니다.
그러러면 공부 열심히 하세요.”
매번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습니다.
부끄러워서 예배자리에서
나오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잘 포장되거나, 세련되지 않아도
괜찮으니, 투박하더라도
주님마음 한 조각이 나눠주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때부터 편지 한 장을 쓰게 되면
상대방이 가져가면 좋을 메세지를 고민했습니다.
이번에 청년에게 편지를 써야 했습니다.
내가 편지를 쓰면 아내가 편지지에 옮겨 적기로 했지요.
잘 알지 못하는 청년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까요?
이 편지를 받고
상대가 가져갈 생각 하나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은 관념적이신 분이 아니구나.
그분이 내 아버지이시구나.’
예를 들면 이런 느낌 같은 생각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는
내가 할 말이 아닙니다.
자신이 결정할 일입니다.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말해주면
하나님을 마음에 품고 구체적으로 살아가겠지요.
편지를 쓰고 아내에게 넘겼는데,
아내가 책상 앞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살폈더니, 이미 써놓은 편지를 놔두고
다른 글씨체로 몇 번씩 다시 쓰고 있었습니다.
“오빠 편지의 내용이 진지한 것 같아서
나도 진지한 글씨체로 다시 써야 할 것 같아서.”
아내가 써 내려간 편지를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아무것도 아닌 것은 없습니다.
본질이 비본질보다 중요하고
내용이 형식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용을 잘 전하는 데는 형식이 필요합니다.
나는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면 마음을 담는 그릇을 준비해야 합니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무엇을 어떤 그릇에 담아서 전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릇을 준비하거나
모양을 내서 꾸미고, 형식을 다루는데 소질이 없는 편입니다.
그래서 아내가 연습한 편지를 보며 회개하게 됩니다.
이건 중요하고, 이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전하는 말 한마디
손짓 하나, 숨, 쉼. 삶, 인생 중요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아내의편지 #진지한글씨체 #내용과형식 #마음과그릇
#어느것도 #중요하지않는게 #없습니다
#아무것도아닌 #하루 #인생도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