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임신 16주인 형수가 진통이 너무 심해서
입원을 했다.
조기진통의 주기가 점점 짧아져서
조산할 위험이 크다 했다.
그리고 얼마 뒤 원래 있던 병원에서 차도가 없어
다시 분당 서울대학병원으로 옮겼다.
며칠 전부터 병원에 찾아가려고 했으나
워낙 상황이 안 좋아서 남편 외에는 면회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다 형이 직장일로 자리를 비우게 되었고
형과 교대해서 내가 형수를 간호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난 형수는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원래 마른 편이었는데 이번 일로 더 심해졌다.
처음 몇 분간
‘여자들. 임신 안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했다.
그 얘길 했더니 형수는 그제야 씨익 웃는다.
통증 때문에 몸을 떨고, 이빨을 다각다각 부딪쳐도
몸 안의 똘똘이(가족들이 아이를 부르는 예명)를 위해
진통제 맞기를 참다가 기절하기도 했단다.
배 앓아 아이를 낳는 다는 것.
작은 형수의 손이 내 손안에 떨릴 때마다
존귀한 생명을 위한 존귀한 희생이 가슴 속까지 웅웅 거렸다.
형수는 대학원에서 공부중이다.
그리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병원에서 일을 하는데
임신 중에 이런 여러 상황들이 힘들었나보다.
오랜만에 만난 도련님에게 한풀이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잠시 곰곰 생각하더니
“근데. 우리 신랑은 너무 멋진 것 같아.”
갑자기 눈빛이 반짝 반짝 꿈을 꾸기 시작한다.
“난 우리 신랑 존경하거든.
친구들을 만나면 자기 신랑 자랑을 막 해.
돈 많고, 빽 좋고..
난 그런 거 하나도 안 부럽거든.
그 친구들에게 내가 물어봐.
너희들. 너희 신랑 존경할 수 있냐고
난 존경한다고. 그러면 아무 말도 못해. 히히”
“하하. 누나(형수를 누나라 부른다^^;) 이제 안 아픈가봐?”
거짓말 같이 며칠 만에 처음으로 통증이 사라졌다.
도련님 때문인지 신랑생각 때문인지. 무엇 때문이든 좋다.
내가 떠나고 난 뒤에 형수는 다시 아팠다 한다.
다음날 형을 만났다.
“내가 대신 죽어서라도 아내와 아이가 아프지 않을 수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다.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
몸 안의 아이를 위해 자기희생을 감내하고
그 희생을 감내하는 부인을 위해 자기를 내어 주고픈 간절한 안타까움.
다행히 어제 오전부터
상태가 많이 호전되고 있다 한다.
나중에 똘똘이가 태어나면
아빠 엄마가 똘똘이를 사랑해서 이렇게 아파했다는 증거로
사진 하나 찍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