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케어와 함께
아프리카를 횡단하다가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두 분을
찍기 위해 버스를 멈춰 세웠다.
그날 저녁, 숙소에서 후배 PD가
대단하다는 말을 했다.
대단하다는 의미는
버스에 탄 사람들과, 이동경로를 생각하면
자신은 그렇게 요구하지 못할 거라는 말이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사진 결과물에 대한
책임감도 한몫했지만
내가 만난 풍경을 지나치거나 망설이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장면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아이들과 섬을 나와서
배를 타고 육지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딸 온유가 지쳐서 내 품에 안겨 있었을 때
저 멀리 쌍무지개가 바다 끝에서부터
그림처럼 항구에 포물선을 그리며 걸려 있었다.
평생에 다시 만날 수 있는 장면일까?
그림같이 걸려 있는
무지개를 너무 찍고 싶었다.
그러면 온유를 품에서 내려놓고
카메라를 꺼내서 찍어야 하는데
정말 찍고 싶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게 온유보다 사진이 더 중요할까?’
아무도 묻지 않는 질문에
혼자서 답을 하고는 아이를 품고
눈으로 무지개를 담았다.
나중에 온유가 내게 말했다.
배에서 잠든 척했을 뿐이라고
아빠의 품이 포근하고 좋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