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색약이다.
색깔 얼마를 구분해 내지 못한다는 사실로
눈에 보이는 색을 자신할 수 없게 되었다.
난 색에 대한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색맹이 아닌 보통 사람은
색맹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없고
색맹인 사람 또한 정상의 색을 이해할 수 없다 생각한다.
어떻게 알 수 있겠나. 보지도 못한 색을..
정상인 사람 또한 자기가 본 색을 전제로 이야기 하는 것인데..
가고 싶었던 대학의 신체검사에서 색약판정으로 탈락되었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답답해하시며 얘기하신다.
“넌 왜 보이는 그대로를 얘기하지 않니?”
난 보이는 그대로를 얘기했다.
그래서 탈락한 것이다.
난 사진을 찍는다.
색에 대해 모호한 사람이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이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섭리 라고 생각한다.
무책임한 얘기 일 수 있지만
셔터 한 컷 한 컷에 그 분의 간섭하심이 없다면
내가 찍은 사진이 온통 새빨갛게 나왔다 할지라도
난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난 오늘도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