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에서 보낸 첫날밤을 난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집 떠나와 외진 곳에 홀로 누워 있으니
내가 가진 연약함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은 나 뿐인 것 같았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문제였다.
사실은 아직 아무것도 시작도 않은 밤이었는데 말이다.
그 철저한 외로움 속에 한 음성이 찾아 왔다.
너는 내 아들이다.
네가 가장 약할 때가 가장 강할 때다..
내가 가장 약할 때가 과연 강할 때였다. 그 어느 때보다..
내 속에 웅웅 거리는 그 큰 감동.
아직 아무것도 시작도 않은 밤이었는데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