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기듯 글을 올리고 싶지 않아서
계속 이 공간을 비어두었습니다.
무언가 가치 있는 이야기를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고,
의미 있는 시간을 글로 적으면
자랑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슬그머니 글을 내려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혼자 보는 일기장에만
글이 가득가득 해지고 마네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
아픔과 기쁨과 감사가 교차합니다.
얼마 전에는 아끼던 동생이
세상을 떠나기도 했고,
돌봄이 필요한 이웃들은
수술과 새로운 광야의 시간을 걷기도 합니다.
세움 5주년 생일에 말씀을 전했습니다.
재소자 자녀들과 함께 했었던 시간을 회상하며,
눈물 쏟았던 시간을 이야기하다가
이곳저곳에서 훌쩍이는 바람에
아. 분위기를 너무 무겁게 만들었구나.
죄송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감을 마친 어머니가 손수 케잌을 만들며
앞으로의 각오를 들려준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수련회와 대표적인 예배들은 물론이고
섬기는 장학 재단에서의 수여식 행사도 취소되었습니다.
주일에는 영상으로 대체하며 예배드리며
눈물 흘려야 했지만
여전히 작고 작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기도 시간은 이어졌습니다.
주변의 답답한 상황을 향해
선포하고 기도하다가
결국 내 영혼에게
한숨 쉬며 기도했던 시간들.
‘내 영혼아. 제발.
주님을 믿고
주님을 바라보면 안 되겠니?”
의지와 다짐으로
주님을 바라보기에는
나약하고 한계가 많아서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나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
눈물 흘리며 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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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에 아이들과 나니아 연대기를 보며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용맹스러워서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생쥐, 리피치프.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
파도가 잔잔해지는 곳,
의심하지 마라, 리피치프
네가 찾는 모든 것이
동쪽 끝에 있으니.”
그가 들었던 노래를 기억하며 새벽출정호를 타고
동쪽 끝 아슬란의 나라를 찾아갑니다.
그 곳에서 사자 아슬란을 만나려고 결심하는
작은 생쥐 리피치프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그 배가 나를 데려다주지 못하면
작은 배를 타고 동쪽으로 노를 저어갈 거야.
그 배가 가라앉으면,
나는 나의 네 발을 가지고
동쪽으로 헤엄쳐 갈 거야.
내가 더 이상 헤엄칠 수 없게 되었는데
아직 아슬란의 나라에 도착하지 못했다면,
거기서 내가 가라앉더라도
나의 코는 해 뜨는 곳을 향하고 있을 거야.”
생쥐 리피치프, 그에게서 드러나는
도전이나 모험, 용맹스러움보다
더 그립고 간절한 것이 만져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슬란의 나라에 들어설 때
리피치프는 자신의 몸과 같았던 칼을 내려놓고
이건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주님 안에 거하는 시간을 상상하게 됩니다.
“주의 인자가 내 생명보다 나으므로..” (시63:3)
반복되는 일상 속에
아픔과 기쁨과 유혹과 감사가 가득합니다.
유다의 사자이신 아슬란, 예수님을 부릅니다.
작은 생쥐의 그런 간절함을 구하며 주님을 부릅니다.
다음 달에는 아프리카에
얼마간 머물 것 같습니다.
여전히 살아가고 있지만
도통 글을 안 올려서
살았는지, 죽었는지
걱정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살아가고 있어요.” 인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