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었습니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갈 때마다
선상에 도열해서 오랫동안
가만히 서있어야 했습니다.
여름에는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서
겨울에는 살이 떨리는 바람 앞에서
꼼짝도 않고 서있는 일은 고역이었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그 시간을
나는 놀이처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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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렷 자세로 서있는 동안
눈동자만 굴려가며
하늘을, 바다를, 저 너머 수평선을
바라보며 내가 한 일은
상상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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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웠던 일을 상상하고
언젠가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떠도는 풍경과 시간을 상상하고
선상이지만 놀이동산이라 여기면
입가에 미소가 만들어질 만큼
재미났던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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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할 수 있을 때는
다른 생각은 꿈도 못 꿀만큼
바쁘게 몸을 움직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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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는
거룩한 상상을 합니다.
고역 같은 시간 속에도
여전히 주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면
주님의 마음을, 당신의 기쁘신 소원을
내 마음에 그려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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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다윗이 도망자 신세로
아둘람 굴에 숨어 있을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할 그때,
만민을 대표해서 주님을 찬양했던 것처럼.
방구석에서 나는 내 영혼에게 선포하며
주님을 찬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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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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