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
대구에 내려왔습니다.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그리 힘들 것도 없는 훈련인데
산 오르내리고 총 쏘고, 수류탄 던지고 집에 돌아오니
무척 피곤합니다.
오랜만에 친구 하나를 불러내서 같이 교회에 갔습니다.
불 꺼진 예배당 이쪽저쪽에 앉아 기도 하자 했습니다.
기도하고 싶은데 혼자선 기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 같아서
제가 핑계거리가 되어 주기로 했습니다.
내 마음을 아는 친구는 고맙게 따라와줍니다.
가을에 접어들었는데 왜 이렇게 모기가 많은지
기도하는 내내 귓가에 모기소리가 왱왱 들립니다.
나도 이렇게 방해 받는데
친구는 더 그럴 거 같아서 조바심이 납니다.
모기 때문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릴까봐서요..
자리에서 일어나 친구에게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뒷자리에 앉아서 등에 손을 대고는 엎드려 기도했습니다.
제 기도소리를 의식할까봐 모기보다 작은 소리로..
조금 지나니 친구의 어깨가 들썩들썩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이 이렇게 또 만나주시나 봅니다.
하나님. 이렇게 하나님을 만나
우리의 모습을 보고 회개하고, 자복하고, 눈물 흘리고 하지만
다시 죄를 짓고, 교만하고, 하나님 앞에 범죄할 게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때마다 이렇게 하나님 앞에 나아오기를 멈추지 않게 해주세요.
우리 자신을 보면 아무 희망도 없어 보이지만
주님을 바라보면 희망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공허한 우리 속사람 속에 하나님의 희망으로 가득 차게 도와주세요..
제가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 나왔습니다.
공터를 서성이며 까만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님께 조아렸지요.
친구는 한참이 지난 후에 손등으로 코를 비비며 나오더니 씨익 웃습니다.
“콧물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하하”
– 밤 하늘 사진이 있으면 좋을텐데
대구에 가져온 사진은 (내가 좋아 하는) 빨래 사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