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웃지 마세요. 그게 더 슬프잖아요.”
아내가 병원을 다녀온 날,
딸 온유가 가족 기도 시간에 말했습니다.
건강검진 후, 이상 소견으로
몇 번의 추가 진단을 받고
바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는 말에
수술 날짜를 잡았습니다.
생존과는 관계없다지만,
갑상선암이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저도 5년째 갑상선 약을 먹고 있어서
관련한 피로감과 어려움을 알고 있습니다.
“주님, 차라리 제가 아프면 좋겠습니다.
부부가 한 몸이라 말씀하셨는데
아내가 아플 때마다 나도
같은 아픔을 경험하게 해주세요.”
아내에게 손을 얹고 기도하다가
마음이 먹먹해져서
기도를 잠시 멈췄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아픔이라 하더라도
아버지도 같은 아픔으로
함께 아파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내게 아내가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오빠가 지난번에
인생을 소풍이라 말했잖아.
그런데 정말 소풍 같아.
소풍날에 비가 올 수도 있고
뛰다가 넘어져서 무릎이 까질 때도 있고
그런데 저 멀리서 아빠가 넘어진 내게 다가와
다친 상처에 약을 발라 주는 것 같이 느껴.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웃을 수 있는 것 같아.”
추가 검진 때문에 병원을 다녀 오는 날,
어느새 자연은 자신의 옷을 찾아 입고 있습니다.
주변에 아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생각했습니다.
아픔. 그 이유를 다 알 수 없지만
계절에 맞서서 싸우는 대신
주님이 입히시는 계절의 옷을 입겠습니다.
만일 오늘이 겨울이라면 이 계절을 겸손하게 살아가며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