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동안 가졌습니다.
‘마음을 먹지 않아서 그렇지.
그리고 마음을 먹을 이유를
찾지 못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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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만일 내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면
다른 데서 이유를 찾을 필요 없이
내가 마음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며,
마음을 먹지 않았던 것은
마음을 먹을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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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닐 때 작은 고시원에서
살았습니다. 작은 복도를 사이로
한 평 되는 방이 나누어져 있었고
똑같은 모양으로 찍어낸
책상과 철제 침대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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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방도, 칠흑같이 어두운
복도와 방안의 온도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내가 고시원에 살든, 궁전에서 살든
명품 옷을 입든, 후줄근한 옷을 입든
내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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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에서 지내던어느 날
중간고사를 앞두고
낮밤을 바꿔 공부했습니다.
시험 전까지 벼락치기로 공부를 하고
고시원에 돌아와서 부족한 잠을 낮에 자고
다시 밤에 일어나 다음 과목을 공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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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간의 시험기간이 끝난 후,
몸이 망가져서 일주일 동안
꼼짝도 못 하고 앓아누웠습니다.
체력장에서 친구의 오래달리기를
대신 뛰어줄 정도로
건강했기에 그때의 경험은 충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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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기는커녕, 식사도 못한 채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지 못하고
좁은 고시원의 낡은 철제 침대에
누워서 며칠을 보냈습니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누구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없었습니다.
깜깜한 고시원에서 낮과 밤의
구분도 희미했던 길고 긴 시간이 흘렀고
거짓말처럼 다시 일상이 찾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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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가 아팠던 것도 모르고,
나도 아팠다는 이야기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심하게 아팠지만
서로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아갔습니다.
그때의 일주일은
내게 많은 것을 질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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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먹지 않아서 미루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누워만 있었던
시간을 통해 상당 부분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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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먹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겠구나.
다짐이나 결심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겠구나.
아무 일이 없는 것처럼 웃고 있지만
몸과 마음이 힘든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다는 말은
그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말일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내게 갑자기 찾아온다면
나는 아무것도 마음먹지 않았던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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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깝게 지내며 돌봐주던
한 아이가 높은 곳에서 몸을 던졌습니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그의 마음이 느껴져서 한동안 마음이 아팠습니다.
주변의 안타까운 시선과 충고가 그에게는
견디기 힘든 한숨으로 쌓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먹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어린 나이에알아버린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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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좋은 사람이 될 거야.
언젠가 나는 믿음으로 살아갈 거야.
언젠가 좋은 남편이, 혹은 아빠가 될 거야.
언젠가. 라는 기약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언젠가. 라는 시간은
내가 마음을 먹는다고 담보하지 못하며
예측하거나 소유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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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이나 결심으로
막막한 인생을 쉽게 풀어낼 수 없고
언젠가. 라는 시간조차 내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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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계속 알게 됩니다.
인생은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먹어도 상대와 문제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가득하다는 것을.
그 무력한 시간이 내게 가르쳐 줍니다.
내가 피조물이라는 것,
한계를 가진 존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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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서 나는 가늠 못할 위로를 느낍니다.
내가 한계를 가진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이제 그분이 누구인지를 알게 됩니다.
주님은 누구신가요..
현실 앞에 나는 회의적이고 비관론자이지만
동시에 날마다 꿈을 꾸게 됩니다.
극단적인 현실조차 주님의 발아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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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3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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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기 #자기계발 #결심과다짐 #현실의벽
#주님의주권 #열방이한방울의물과같아서 #그래서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