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화해할 것 같지 않던
청년들의 무리가 있었습니다.
나는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그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갈등하던 기간이 반 년이 지났을 때
머리로는 이미 화해하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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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방향성을 따라
점진적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롱디(long distance)가 힘든
이유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조금씩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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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간의 평행선이
계속 이어지던 어느 초겨울,
첫눈이 내렸고 함박눈이었습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첫 눈에 청년들이 아이들처럼
소리를 지르며 거리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언제 다퉜냐는 듯
웃으며 눈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서로 힘을 모아 눈사람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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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동화 속 풍경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웃고 있었지만 나는 그 모습이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기도한 사람만 알 수있는 하나님의
은혜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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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봉합될 것 같지 않은 갈등이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기적같이 화해할 수 있다는 경험은
그 이후도 기도에 대한 소망의 근거가
되어주었습니다.
보이는 면을 보고 낙심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신 주님의 열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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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만두고 싶고, 다 내려놓고 싶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도
눈이 내린 풍경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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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영원할 것 같다는 마음이
생길 때마다 읽는 시편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시편 77편입니다.
시인은 밤새 괴로워하며 주님께
기도했지만 주님은 침묵하십니다.
“하나님이 영원히 버리실까?
다시는 은혜를 베풀지 않으시는 걸까?
주의 약속은 헛되단 말인가?” (시7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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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중에 있던 시인은
눈을 들어 주의 행하신 일들을
기억하고 묵상하기 시작합니다.
앞은 바다, 뒤는 애굽의 군대로
사방이 모두 가로막혔을 때
시인은 믿음의 눈으로
그날에 있었던 일을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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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주님을 보고는
두려워하여 깊은 곳까지 흔들렸습니다. “(시7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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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하지 않을 것 같은 무리들.
갈등과 다툼이 영원까지
이어질 것 같은 문제들이
눈앞에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주님을 보게 되면
두려워하여 깊은 곳까지 흔들립니다.
문제가 우리 앞에 얼마나 크고, 대단하던지
주님 앞에 모든 문제는
통의 한 방울의 물과 같습니다. (사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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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길이 바다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발자취는 알 수 없었습니다.” (시7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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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발자취를 알 수 없지만
바다에 주님의 길이 있음을 기억합니다.
주님의 시간 안에서 살아갑니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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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3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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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캄캄할때 #찾아읽는시편 #시편77 #첫눈이내린날 #바다에길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