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처음 입대했을 때
바람 부는 들판에 홀로 서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를 아꼈던 가족들, 교회 친구들..
어떤 것도 나를 지켜주거나
설명해 주지 못했습니다.
그저 훈련병에 붙은 숫자가 나의 전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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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첫날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발이 너무 시려서 새벽까지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관물대에서 옷을 꺼내서 발을 돌돌 감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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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서러웠던 밤에 마음먹었습니다.
전에 익숙했던 기억이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정체성을 배워야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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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야 할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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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재개발이 진행 중인 후미진 골목을 걷다가
쓸모없어서 버려진 상장 더미를 발견했습니다.
상장은 가치의 문제입니다.
가치를 잃게 되면 쓸모가 없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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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을 받기 위해 얼마나 수고했을까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했을까요?
온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뻤을 순간과
또다음의 목표를 위해 달렸을
누군가의 인생 흔적들을 상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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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를 증명해 줄 것 같았던 상장들이
가치를 잃게 되고,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버려진 상장 더미를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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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날은 얼마나 춥고 서러울까요?
입고 있는 옷이나 직책도
언젠가 벗거나 내려놓게 됩니다.
그것들이 모두 사라질 때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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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인생 따라 살지 말고
내 인생 살아야겠습니다.
가짜 말고 진짜로 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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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3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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