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처음 등장하고
등교가 미루어지고
방학이 계속 이어지던 때
우리 가족은 특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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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경험하는 전염병이
둘째 아들 소명이에게는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밤에 자다 말고 일하고 있는
내게 찾아와서
두려움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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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나
물줄기를 만들어야 할 때
긴 호흡으로 습관을 만들려면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맥락이라는 말, 계기라는 말은
곧 하나님의 특별한 임재와도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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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이야기한 아들에게
두려움에 대해서,
두려움을 당할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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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작은 습관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을 알기 위한 습관,
질병에 견뎌낼 만한 습관..
아주 작은 습관들을
재미있게 적고, 실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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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중 하나가 1분씩 시간을 늘려
기도하는 일이었습니다.
첫날에 아이와 함께 3분을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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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20분을 기도하는 일은
별게 아닌 것 같지만
막상 기도하게 되면
시간이 멈춘 것처럼
잘 흐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에 비해 3분의 기도는 생각보다 짧습니다.
부담되지 않는 시간으로 시작한
기도의 시간을 매일 조금씩 늘려나갔습니다.
그 다음날은 4분, 그 다음날은 5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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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계기로
아이와 시작한 기도는
매일 밤 가족의 기도 시간이 되었습니다.
기도 제목은 가족을 넘어 온 세계를
향했고, 기도가 필요한 요소를
서로 생각하며 중보했고
침묵 기도를 통해 주님의 마음을 구했습니다.
아내와 밤늦게 귀가하는 날에는
아이들끼리 그 시간을 지켜 기도했습니다.
2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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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사그라들고, 비대면이 다시 대면으로
바뀌면서, 아이들의 바빠진 일상들로 인해
일상은 점점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쉽지만 매일 이어지던 가족 기도는
동력을 잃고 멈추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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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간, 중요한 시간이기에
나는 가족을 다시 모아서 이 시간을
계속 이어나가야 할까요?
그렇게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오래 걷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 의해 끌려가는 걸음은
하루. 이틀 이어지다가 멈추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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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지만
맥락. 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내가 꼭 이야기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상대가 궁금하거나 필요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는 말하는 대신 침묵해야 하며
침묵하는 동안 기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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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사이는 어긋나 있지만
묘하게 맞춰지는 때가 있습니다.
마치 렌즈의 포커스링을 돌려서
서로 어긋난 스플릿스크린이 하나로
합해지는 듯한 시간, 그 지점을
하나님이 허락하신
마법의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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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나
물줄기를 만들 때
긴 호흡으로 습관을 만들려면
이런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계기가 종종 인생의 아픔이나
시련으로 인한 절박함
패배나 이별로 인한 슬픔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궁금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듣고 싶어지는 시간,
광야에서만 알게 되는 사랑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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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광야는 하나님의 시간,
그렇지 못한 쪽은 세상의 시간은 아닙니다.
모두가 하나님의 시간이라 믿습니다.
모세가 바라보지 못하는 방향에
주님은 모세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셨습니다.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신 특별한 시간을
주님의 빛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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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과 신음 속에서
배우게 될 것입니다.
그 시간이 계기가 된다면
평범한 일상을 붙드시는 주님의 은혜를
알게 되겠지요.
그러면 주님이 부재한 것처럼 보이는 일상에서
주님이 임재를 고백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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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3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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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일상 #매직아워 #빛이만드는세상 #계기와맥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