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도 될까?고민했던 사진이 있습니다.
글로 백 번 이야기하는 것보다
사진 한 장 보여주는 게 더 이해가
빠를 때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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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한 문제의 사진은
내용물이 가득 차 있는
주사기 세 개가
놓여 있는 두 번째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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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참 많이 아팠던 해였습니다.
몸이 이렇게 아플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지요.
아픈이들을 어느때보다
많이 생각하고 기도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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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의 절정은 통풍이었습니다.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뜻의 통풍(痛風)
대부분 엄지발가락인데
저는 무릎에 통풍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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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하게 아팠지만 동시에 첫 경험이라
모든 게 신기했습니다.
아픈 다리 힘만으로는
덮고 있던 이불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손으로 이불을 걷어 내거나,
나머지 다리를 동원해서 용을 써야지만
겨우 이부자리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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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끼니마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었을뿐더러
(생선이나 고기류뿐 아니라
심지어 시금치나 버섯류도
먹지 못할 음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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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 부은 다리를 질질 끌고
병원에서 주사기로 무릎에 가득 찬 물을
빼내기를 이틀마다 반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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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을 보내면서 처음으로
앞으로 걷지 못하겠다는 생각과
사진을 더 이상 찍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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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의미 있었고
감사했던 일은 내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 것입니다.
내가 생각해 온 가치들은
실제 경험으로 맞닥뜨린 후에야
비로소 관념의 옷을 걷고 마음의 실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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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다리를 쓰지 못하겠다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였을 때도,
더 이상 사진을 찍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도
그 사실이 나를 두렵게 하지 못했습니다.
아쉽거나 안타까울 수 있지만
내 영혼을 흔들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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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정말 두렵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주님과의 관계가 단절된다고 느꼈을 때,
가까운 이의 아픔이나 절망 앞에서
무능력한 채로 과정을지켜보아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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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손에 잡히지 않았던 생각이
알갱이처럼 분명하게 그려져
내 마음에 새겨진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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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풍경 #14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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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했던한해#감사했던순간들
#요기까지1편 #틈날때2편이어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