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밤중에 문을 두드린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도 없는데..
전 집주인 아저씨다.
보고 싶다며 찾아왔지만
집안으로 들이지는 않았다.
술에 취해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아저씨는 그 동안
연락도 없어 서운했단다.
그리고 어렵게 꺼낸 부탁이 하나 있다.
소원이란다.
무슨..?
아들과 둘이서 찍은 가족사진 한 장을 부탁한다.
사진관에 가봤더니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 내겠더란다.
이 아저씨. 또 사람 마음을 울리는구나.
당연히 찍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사진 찍을 돈이 없어서
아들과 사진도 못 찍나.
매일 마시는 술값만 줄여도 될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이런 부탁하러 밤에 찾아왔듯
필요한 일 있으면 꼭 연락 달란다.
예전보다 더 외로워 보이신다.
별난 성격 탓에 이사 간 동네에서도 크게 환영받진 못하실 텐데..
아저씨는 요즘 요리를 배우고 있다.
9월쯤 되면 식당을 여신단다.
나는 요즘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시간들이 지나 한 숨 돌릴 때 즈음
아저씨가 더 이상 술에 기대지 않고
아들과 희망차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