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구릉지 위에
한 노인이 소를 몰아
밭을 일구고 있었다.
노인의 지친 걸음 때문인지
작업은 아주 느릿느릿 진행되었다.
내가 그 곳을 지나간 시간이
해질 무렵의 오후였지만
하루종일 오간 거리는 눈짐작으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짧았다.
하지만 노인은 그 길을 간다.
노인이 지나가 뒤집어 놓은 흙은 분명 황토빛이 돌았다.
비록 시간이 지나 원래 색으로 돌아와서
지난 땅이나 앞으로 걸어야 할 땅의 차이가 보이지 않았지만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진정성이 담긴 땅방울을, 걸음을
노인 (본인)도, (수혜자인) 땅도, (공의로운) 하늘도 알고 있다.
–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