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나는 친구들 중 얼마는
가족사진 한 장이 없는 누추한 풍경 가운데 살고 있다 .
이들을 만나고 헤어질 때면
내 마음은 여러 감정이 뒤섞이게 된다.
내가 찍어온 사진을 통해 누군가 도움 받을 수 있겠지만 (그러면 감사한 일이다.)
그 당사자에게는 정작 손에 잡히는 사진 한 장이 없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가지게 된 것이 폴라로이드 카메라다.
올해 초, 일본 나가노에 갔을 때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윤락녀로 힘들게 일하던 많은 한국여성들에게
설날의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단속에 대한 경계와 이런 저런 이유로 사진 한 장 갖지 못한 이들의 표정에 웃음이 피었다.
다음에 올 때는 집에 있는 아들 사진 한 장만 찍어 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그 중 한 분은 내게 일 만엔이라는 큰 돈을 건네기도 했다.
그 때 받은 얼마의 돈은
나가노에서 그녀들에게 밤마다 생강차를 돌리시는 이장님께 헌금했다.
이렇게 풍경과 풍경이 이어지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얼마전, 아프리카에 가서도
필름 8롤을 가지고 가서는 다 찍고 돌아왔다.
내게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이렇게 소중하다.
내가 가질 수 없지만,
함께 풍요로울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이 이와 같을까.
내가 움켜 쥐고 있는 것 이 아닌
바람에 나를 흘려 보내면
더욱 풍요롭지 않을까.. 아름답지 않을까..
바람에 나를 맡겨
풍경과 풍경을 잇게 하는 다리가 되길 소원한다.
– 얼마전, 아프리카로 촬영을 떠나는 후배 동석이에게 카메라을 알아봐주다
클래식한 모양도 너무 예쁜 카메라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신기한 것은
초점을 조정할 수 있는. 그래서 포커스아웃 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T700필름이라는 전용 폴라로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ND필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셔터속도가 확보가 안되어서
궂은 날에는 사진을 못 찍게 될 것 같아서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셔터속도를 확보할 수 있게 기계를 개조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고는
인터넷에서 카메라를 보고 있었다.
카메라숍에서는 비싸게 구입했는데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아.. 어쩌나..
중형카메라도 아직 몇 롤 찍어 보지 않았는데 또 새로운 관심이..
중형카메라를 사게 되면서
오랫동안 함께 했던 28-105 를 팔게 되었다.
그런데 폴라로이드까지 사게 되면..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