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꽃 화분 하나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이 놈은 꽃도 예쁘지만
꽃이 지고난 뒤
빨간 열매가 맺히거든요.
그게 더 예뻐요.”
라고 꽃집 아줌마가 말씀하셨답니다.
서울에 올라와 처음으로
햇볕 드는 집에 살게 되었네요.
저와 함께 햇볕 받으며 자랄 친구예요.
한 달이 넘도록 우리집, 벽에서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어제 밤늦게 주인아저씨가 술에 취해 창문을 노크했답니다.
수중에 가진 돈도 없고, 여러 비관적 상황 때문에
늘 술에 취해 계십니다.
물 떨어지는 제 방을 제대로 고쳐주지 못해서 많이 속상했나 봅니다.
“죽기 전에 내가 꼭 고쳐줄게.”
말은 웃기지만 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어찌됐건 빨리 주무시고 아침에 얘기하자고 말했더니
아침까지 기다렸다가 제게 전화를 하셨습니다.
“잠자리 같고, 깃털 같은 녀석아.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 같은데
하늘이 너를 기르시는구나.”
이른 아침, 잠결에 받은 전화인데
하루 종일 기억에서 맴맴 돕니다.
나를 아침부터 노래하게 만듭니다.
놀부같이 생긴 이 아저씨는
생긴것처럼 성격도 까탈스럽고 별납니다.
그런 아저씨가 요즘 변하고 있습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
이 사람의 외로움을 내가 만져 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저, 얘기 상대가 되어 준 것 밖에 없는데
아저씨는 하루가 지나기 무섭게 친구가 되어 갑니다.
“내가 부탁 하나 해도 돼?”
“제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에요?”
“그래. 네가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야.”
“말씀해 보세요. ”
“아침 꼭 챙겨 먹어. 이 녀석아.”
나중에 시간나면 아들과
가족사진 한 장 찍어달라는 부탁일 줄 알았는데
아침 챙겨먹으란 말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요즘도 밤새 술 마시는지..
요리학원에는 잘 나가고 계시는지..
아빠랑 빼닮은 개구쟁이 아들 녀석은 잘 지내고 있는지
따사로운 햇볕 아래
꽃이 피고, 지고 귀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바람부는 정원 아래서 천국의 야생화가 가득할 때까지
하늘은 비내리고, 우리는 이렇게 자라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