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내린 비로 물바다가 된 골목을 지나 찾아온 굿네이버스 헤드오피스.
내가 이 나라에 온 이유는 NGO단체인 굿네이버스와의 협력 때문이다.
이곳에는 선교사님과 함께 사모님과 두 아들이 살고 있다.
차드에서 처음으로 아내에게 안부전화를 걸었다.
이곳은 아침인데 한국은 어느새 날이 저물어 갈 시간.
수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아내의 목소리가 반갑고 고맙고 미안했다.
딸, 온유가 아침에 시무룩했다며 아빠 없어서 그런가보다.
하지만 목욕시키고 놀아주니까 다시 좋아졌단다.
그 소식이 반갑고 기분이 좋다
.
차드는 아프리카의 죽은 심장이라 불린단다.
3월에서 6월까지는 60도의 뜨거운 불볕이다.
특히 이 나라는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해 온 나라가 말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새벽에 비가 내려서인지 숨은 쉴만 했지만
하루의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팔과 목이 새카맣게 탔다.
차드에서 활동 중인 지부장님은 선교사로 이곳에 와서 협력으로 NGO활동을 하고 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필요를 그저 물질로 공급하는 것에 반대하시며
그들에게 자신의 신뢰를 심어주시는 분이다.
지역주민들에게 자신의 아이들을 스스로 지키는 법이 무엇인지를 교육하시고 길러내신다.
그 좋은 예로서, 오늘 곰바사라 라는 마을에서 학교 기공식 행사가 있었다.
보통은 NGO단체가 모든 것을 제공하고, 주민들은 누리기만 하는 반면에,
이 곳 주민들은 스스로 자신을 위한 학교건물을 짓고,
지부장님은 지붕만을 올렸을 뿐이다.
받기에만 익숙한 그들이 스스로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 일로 선교사님은 눈물을 글썽이신다.
큰 변화인 것이다.
어디든,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의 익숙한 잣대로 상대방을 판단하면
이런 일은 우스운 일에 불과할 것이다.
감동은 자신의 익숙함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맞추는데서 시작된다.
하나님이 인간의 눈높이까지 한없이 내려오신 것처럼 말이다.
이보다 더 좋고 번듯한 건물을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나 기관을 통해
손쉽게 지울 수도 있겠지만
주민들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지역봉사를 위해 생계를 접고
모두가 힘을 모아 벽돌을 굽고 건물을 지어 올린 너무나 값진 결과인 것이다.
숙소에 두고 온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아쉬웠다.
이런 의미 있는 날, 당사자들은 사진하나 갖지 못하는 것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가방이 조금 무거워도 꼭 가지고 다녀야 할 것 같다.
많은 땅의 사람들이 스스로 살아나가길 바란다.
인생에 대해 사람은 자존 자가 아니라 의존자이지만
그 의존은 사람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대상이어야 한다.
결국 스스로는 어떤 의미에서는 자존 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저 받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자기들이 살아야 할 주체임을 알리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는 언젠가 또 다른 곳으로 떠나갈 사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