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러 국가를 만나왔지만 차드가 가장 비참하다.
지부장님의 4륜구동차도 차드의 험한 길을 버텨내 주질 못하고 곧잘 퍼져버렸다.,
50도의 불볕더위는 의욕과 체력을 고갈시키고,
쩍쩍 갈라져 있는 땅을 보면 한숨만이 새어나온다.
거쳐 간 다른 곳보다 더 험하고 아픈 땅이라면 이곳에 가장 많은 돕는 손길이 있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 반대다.
험한 조건과 불안정한 정세(몇 달 전에도 내전이 있어서 지부장님은 본부를 지키고,
나머지 가족들은 급히 인근국가로 대피해야만 했다.)와
근접성이 떨어지는 바람에(예를 들면 한 마을과 마을을 잇는
도로가 정비되어 있지 못하는데다 이정표가 없어서 ‘감’으로
길을 찾아야 할 때가 많다. 게다가 비라도 내리면 길이 변하기 때문에
기억력을 믿을 수도 없다.) 이곳을 돕는 손길은 드물다.
조금 힘들고, 근접성이 있어서 돕기도 좋고,
오고 가며 홍보하기도 좋은 곳을 구호단체가 선택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힘든 곳은 구호단체들도 피하는 것이다.
뜨거운 날씨 때문인지 차드의 사람들은 쉽게 화를 내고, 성격이 급하다.
하지만 어느 나라보다도 순박한 사람들이라
차를 타고 마을을 지나면, 누구나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이곳은 아직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아서
쓰레기촌락이 형성되어 있지도 않다.
케냐의 쓰레기촌은 숨이 막힐 만큼 비참했다.
이 나라는 수도조차도 아직 쓰레기 촌이 조성될만한 쓰레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질서가 잡혀 있지 않는 혼란한 이 나라에서
이 땅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내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지부장님과 함께 있다가 현지인이 새치기라도 하면
현지인모양으로 버럭 화를 내신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낯설었다.
동네 건달들이 시비라도 걸면, 똑같이 맞서서 대응하고,
정부기관에서 뇌물을 요구하면 소리를 질러가며 맞서 싸우신다.
그러면 정부에서는 이 나라를 떠나라고 협박까지 한다.
그러면 마음대로 하라며 맞선다.
재미난 일은 그렇게 맞서 싸운 후에 한결같이
그들은 이 사내의 친구이자, 우군(友軍)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지인들이 그 진정성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저 좋은 일 하기 위해 머무는 나그네가 아니라
차드를 정말로 사랑해서 목숨 건 사람이구나. 라고..
며칠 머물렀을 뿐인데 지부장님과 사모님은
우리의 방문을 통해 너무나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단다.
며칠 전, 지부장님의 종기를 위해 기도한 것이 다음 날부터 치유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계기를 통해 매일 밤, 나는 이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하는 것이 약속처엄 되어 버렸다.
지부장님의 치유를 보며 생각했다.
수인성 질병 때문에 아파하는 아이들에게 손 얹고 기도하면 얼마나 좋을까.
코끼리 코처럼 붓고 늘어져 있는 아이들의 배곱과
병든 물에 손 담그고 기도하면 어떨까?
하지만 아버지는 내게 그보다 더 귀한 일이 있다.는 것을 말씀해 주셨다.
얼마후 떠나야 할 내가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난 후 이 곳에 남아 계신 지부장님을 통해 이 일이 이루어지는 것.
얼마나 기쁘고 놀라운 일인가?
주의 신이 이 사내에게 임하여
이 병든 땅 가운데 희년이 성취되는 것.
나는 매일 밤, 이 기도제목을 가지고 이 가정을 축복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