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드에서는 화요일까지 머물 예정이었다.
월요일, 수도인 은자메나에서 외곽을 향해 차로 한참을 달렸다.
-나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좋아한다.
그들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그리 녹록치가 않다.
차라리 비참할 정도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이 어떠하든,
궁극적으로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따라 기쁜 모습.
그런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이 내 주된 방향이다.
하지만 이번 여정에서는 지난 내 사진들과 달라야 했다.
나는 그들의 눈물을 담아야 했으며, 그들의 아픔을 담아야 했다.
그래서 그것으로 이들을 알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 이 아이들을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와라 딤실로’라는 마을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것을 위해 기도했다.
기도를 하면 하나님은 들으신다.
그곳에서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을 맛보아야 했다.
촬영하기를 원했던 기근과 질병으로 죽어 있던 목축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 마을에는 우물 주위로 오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위생상태가 좋지 못했다.
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작은병원에서 환자들의 발걸음은 이어졌지만
치료는 원활하지 못했다. 수인성 질병으로 아파하던 청년들을 만났다.
죽어가는 노인을 수술로 살려놓았지만 ‘만원’ 하는 링거주사를 맞힐 돈이 없어서
그냥 죽어가도록 방치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았다.
말 그대로 만원이 없어서 사람이 죽어 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유뉴스 이삭’을 만났다.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하던 생후 6개월 정도의 여자아이였다.
이 아이의 사진을 찍으며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우리가 부탁을 해서 만원짜리 영양제를 맞히기로 했다.
아가용 나비주사바늘로 아이의 팔에 바늘을 넣어 보았지만
워낙에 앙상한 팔이라서 혈관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비명과 고통스런 표정으로 아픔을 호소했다.
딸 아이의 얼굴이 겹쳐 보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길지 않던 시간동안 호흡 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두 번의 실패 후, 성인용 긴 주사바늘로 아이에게 시술해서 성공했다.
여전히 고통스러워 하던 아이는 잠시후, 편히 잠들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늦은 밤이 되어 은자메나에 있던 숙소로 돌아왔다.
지부장님은 그 아이에게 필요한 분유를 주문했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인 화요일 촬영을 마치고 차드를 떠났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만난 이 어린 여자아이의 눈망울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오늘이나 내일쯤, 이 아이의 이야기를 나누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굿네이버스에 아이의 신상에 대해 부탁했었는데
오늘 그 서류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의 사진 옆에 ‘사망’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급히 담당간사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분도 쉽게 말을 못 꺼내셨다.
직접 만나서 소식을 전하려고 하셨단다.
화요일에 내가 차드를 떠나고
수요일에 지부장님은 신청해둔 분유를 가지고 마을에 찾아 들어가셨다.
그런데 그 때는 이미 아이가 죽어 있었다.
아이를 만난 다음날인 화요일에 이미 죽은 것이다.
오늘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르겠다.
준비해 간 분유를 먹고, 아이는 다시 건강해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결국 아이 ‘이삭’은 굶어 죽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