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사진이 또 하나의 언어였습니다.
워낙 말재주가 없다 보니, 또 다른 언어가 내겐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오늘 하루를 살고, 그것을 말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을 지치지 않고 살았는데
어느샌가 내 손엔 카메라 대신 책들이 들려 있습니다.
저는 그리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는데 카메라의 성능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야.
하지만 좋은 사진을 찍는데 성실함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제가 사용했던 카메라의 그립과 핸드스트랩은 손때로 반질반질할 정도였습니다.
왜냐하면 늘 내 손에 카메라가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 때를 그리워 합니다.
하지만, 그 성실한 시간이 필요했듯,
카메라 대신 책들을 가득 짊어지고 가는 날도 필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모처럼 카메라를 가지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창가에 서서, 한강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를 보고, 새들을 보고, 봄을 따라 피어난 꽃들을 봅니다.
새들의 그림자가 보이고, 피어난 노랗게 핀 꽃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