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때문에 서빙고역을 지나치다가
마른 땅에 나무 뿌리가 얽기설기 엮여 있는 이 곳을 발견했다.
다음에 이 곳을 지날 일이 있으면
사진으로 꼭 찍어두고 싶었다.
지금 황폐해져 보이는 이 땅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가 너무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다시 그 곳을 지나게 되었고,
다음에 또 그 곳을 지날 때는 봄 비가 내렸다.
그리고 다시 그 땅을 지날 때는
조금씩 조금씩 솜털이 자라나 듯 달라져 있었다.
마치 우리 인생 같아 보였다.
멈춰서 있는 듯,
황폐해 보이는 인생이지만
자라게 하시는 분이 있다.
인간은 누구라도 절망스런 인생이지만
인생은 누구라도 은혜안에 있으면 복된 인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