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입덧이 심하다.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품는 다는 것은 이렇게 고된 것인가.
부지런히 과일을 먹이고, 여러 심부름을 해보지만
힘들어 하는 아내를 내가 도울 방법은 딱히 없다.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엎드려 기도하는 소리가 들린다.
기도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하지만 기도는 분명히 일한다.
기도를 통해 하나님은 분명 일하신다.
우리의 볼 수 있는 차원에 한계가 있을 뿐이지,
우리의 기도는 신실하게 그 분의 뜻과 때를 따라 응답되는 것이다.
아내는 신생아처럼 아파하다가
지쳐서 금새 잠들어 버렸다.
이 아픔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 같아 보이지만
결국 열 달의 시간이 지나면 끝이 날 것이다.
아직 그 날이 오지 않았지만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 이것이 믿음이다.
아내를 향해, 태중의 아이를 향해
애끓는 마음으로 함께 아파하고 웃는 나를 보며
아내도, 사람들도 결혼 후에 내가 많이 변했다고 말한다.
스스로 보기에도 결혼 후 나는 많이 변했다.
사실 새벽부터 밤까지 후미진 곳을 스미며
영혼들을 만나고 눈물흘리고, 밤이 늦도록 작업하는 것이
내 체질이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렇지 않고 있다.
나름대로 하나님이 내게 주신 새로운 국면에 순종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시간을 보내며 꿈꾸는 그림이 있다.
베드로는 처음 예수님을 만났을 때 혈기 있고 열심있던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주도하려 했고, 칼로 말고의 귀를 베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지울 수 없는 쓰라린 실패를 경험해야만 했다.
누가복음에는 베드로가 부인할 때 예수님이 돌이켜 베드로를 보았다고 했다.
그 순간을 베드로는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무너지고 무너졌던 베드로는 자신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았다.
다시 회복되는 시간을 통해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악을 악으로,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베드로에게 허락하신 국면을 통해 베드로는 변해갔다.
내게 하나님이 준비하신 시간과 새로운 국면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앞에 순종하며 살아야 한다.
그 때마다 ‘변했다.’라는 소리를 들을 지 모르지만
나는 때마다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야만 한다.
가정을 이루고 곧 태어날 아이를 만나면서
나는 피상성을 벗게 될 것이다.
아비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알게 될 것이다.
나의 모든 아픔과 무게 마저도 하나님이 내게 주신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