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장맛비에 찢어진 우산을 들고
서럽게 울고 있던 온유를 사진 찍었다.
사진 속 온유가 불쌍해 보였던지 온유 이모가 예쁜 꿀벌우산 하나를 선물했다.
이왕 우산이 생겼으니 예쁜 장화 하나도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아내 명경이 라임색 장화 하나를 샀다.
나는 아내가 건내준 온유 장화를 뒤로 숨긴채
온유 앞에 섰다.
“온유야, 아빠가 온유 선물을 사왔나봐.”
“아빠, 선물 주세요. 라고 말해봐.”
선물은 갖고 싶지만 온유는 고집을 부려가며 일을 열지 않았다.
“선물 주세요.”
이 말을 하지 않아서
나는 뒤로 숨긴 손을 풀지도 못하고
온갖 어름장을 놓으며 온유를 기다렸다.
“온유한테 선물 필요없으면 다른 친구한테 줘야 겠네.”
우리는 조금이라도 빨리 뒤에 숨긴 장화를 온유에게 내밀고 싶은데
좀처럼 온유는 움직여 주질 않았다.
“온유가 선물 필요없으면 밖에 버려야 겠다.”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며 현관문을 나서려고 할 때에야
온유는 내 다리를 붙들고 아주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빠, 선물 주세요.”
나는 온유의 짧은 문장이 다 끝나기도 전에
뒤에 숨겨 놓았던 장화를 꺼냈다.
온유를 위해 샀고, 조금이라도 빨리 주고 싶었던 내 마음.
2. 뒷짐을 지고 장화를 숨기고 있는 동안
자녀를 향한 아버지의 마음이 어떠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