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립니다.
너무 예쁜데, 사는 곳이 산 아래다 보니
한편으로는 걱정이 됩니다.
이만큼 내리면 한동안 고립되겠구나. 하구요.
월동준비하느라 스노우타이어와 아이젠도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내리는 눈이 반갑지만,
반가운 게 그냥 반가운 게 아닙니다.
그래도 지금은 창밖으로 내리는 눈이 좋아서 한참을 내다봅니다.
내게 사진을 배운 후배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림을 가르쳐 주었다기보다는
그림을 배우는데 필요한 도구를 알려주었습니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화방에 있는 온갖 재료들을 만지고 읽어가며 배웠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림을 처음 시작할 때 누가 좀 알려줬으면 하는
아주 기초적이고 간단한 것들을 말해주었습니다.
어떤 그림이 좋을지, 또 어떤 도구를 쓰면 좋을지도 알려주었습니다.
그중에 한 두 명은 그림이 좋아서 계속 그리기도 하고
후배가 그린 그림을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어두기도 했습니다.
내가 참여하는 몇 개의 전시회에 함께 하기를 도모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소박한 응원 입니다.
후배는 오늘도 퇴근하며 화방에 들러 오늘 그림 그릴 캔버스와 물감을 사러 갑니다.
화방에 가는 후배에게 괜한 동기부여를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오늘 내리는 눈처럼,
보기는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그 자체로는 의미 없어질 것들은 아닌가.
이런 염려를 후배에게 전했더니
나중에 후회를 하더라도, 해본다는 게 재미있다는 담백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작년에 두 달 간 외국에 나가있으면서
부지런히 화방에 들러 물감 재료를 사고
비는 시간마다 그림을 그렸습니다.
내 생의 이유와 목적을 다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이 내게 맡기신 작은 달란트를 잘 가꿔서
그분께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열 달란트 맡은 자, 다섯 달란트 맡은 자에 비해
내가 가진 달란트는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평가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당신이 주신 것을 얼마나 성실하게 가꾸는냐에 있음을 생각합니다.
내가 멋진 무언가를 남들만큼?월등하게?만들 수는 없어도
후배들을 통해 그런 아름다움이 흘러간다면
주님은 내게도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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