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롭고 한가했던 봄 햇살에
아이들의 손을 이끌고 근처 공터에 나갔습니다.
황사 바람을 예보한 탓에 예상대로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이 넓은 공터를 우리 아이들이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삼십분이 넘도록 온유는 모래를 모았습니다.
자그마한 손이라 얼마 모으지도 못 했습니다.
소명이는 누나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돕기로 합니다.
이게 소명이의 매력입니다.
자기는 돕는다고 하지만 도리어 엉망이 되어버리곤 하지만 말입니다.
“됐다.”
온유가 보기에 어느 정도 모래언덕이 만들어진 모양입니다.
어디서 주워다 놓았는지 나무 가지 몇 개를 주워다가
모래 언덕에다 조심스레 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작은 손을 모아 기도했습니다.
“천국에 꽃이 피게 해주세요.
그 꽃에는 향기가 나게 해주세요.”
온유가 손을 모아 드린 기도가 듣기 좋았습니다.
“아기를 못 낳는 사람은 아기를 낳게 해주세요.
아픈 사람은 낫게 해주세요.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세요.”
아이의 입술에 이런 예쁜 말들이 나올 때면
나는 가슴이 뭉클해서 꼬옥 안아버리고 싶습니다.
아이의 말을 내가 다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천국에 꽃을 피우기 위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모래를 모으며 땀 흘렸겠지요.
아이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정말 나뭇 가지들에 마법처럼?꽃이 피어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집으로 걸어가는 동안 우스운 상상이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온유가 바라는 데로 천국에 꽃이 피어나고,
그 꽃에 싱그런 향기가 피어 나서
아기를 못 낳는 사람은 아기를 낳고,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의 병이?낫는 일들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