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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For the message of the cross is foolishness to those who are perishing, but to us who are being saved it is the power of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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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날
다시 방랑하기
돌아오지 않는 날들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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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사진이 또 하나의 언어였습니다.
워낙 말재주가 없다 보니, 또 다른 언어가 내겐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오늘 하루를 살고, 그것을 말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을 지치지 않고 살았는데
어느샌가 내 손엔 카메라 대신 책들이 들려 있습니다.

저는 그리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는데 카메라의 성능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야.
하지만 좋은 사진을 찍는데 성실함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제가 사용했던 카메라의 그립과 핸드스트랩은 손때로 반질반질할 정도였습니다.
왜냐하면 늘 내 손에 카메라가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 때를 그리워 합니다.
하지만, 그 성실한 시간이 필요했듯,
카메라 대신 책들을 가득 짊어지고 가는 날도 필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모처럼 카메라를 가지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창가에 서서, 한강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를 보고, 새들을 보고, 봄을 따라 피어난 꽃들을 봅니다.
새들의 그림자가 보이고, 피어난 노랗게 핀 꽃을 봅니다.

여행

따사로운 햇볕 아래 꽃이 피고, 지고, 열매 맺는다.
하늘은 비를 내리고, 우리는 이렇게 자라난다.
즐겁지 아니한가?

여행을 떠나면 늘 아침 일찍 일어나 걸었다.
사람을 만나면 사람 구경을 하고
인사를 나누고 아침을 얻어 먹기도 하고..

2005. 하동, 인제, 안동,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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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시절의 한 모퉁이에서

우리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바오밥

살 수 없을 것 같은 땅에
사람이 살고,
그들이 풍경의 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뿌리가 하늘로 향한 바오밥나무
아래 작은 꽃송이처럼
피었는지
안 피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땅 한 모퉁이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망울 피우며
꽃향기 피우며 살아가는 아이들..

잔지바

노예상인들이
아프리카를 떠나기 전 마지막 경유지로 들르던 이 곳의 이야기.
지금은 시간이 없어 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언젠가 사진 한 장 한 장을 꺼내 들며 이야기 하고 싶다.
내가 묶었던 숙소에서 내다 보이던 바다.
침대 위에 웅웅 거리며 돌아가는 커다란 팬.
왁자지껄한 야시장, 혼자 걷던 어둑한 밤 거리까지..

Chad #6 (유뉴스 이삭)

차드에서는 화요일까지 머물 예정이었다.
월요일, 수도인 은자메나에서 외곽을 향해 차로 한참을 달렸다.

-나는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좋아한다.
그들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그리 녹록치가 않다.
차라리 비참할 정도다.
하지만 그들의 현실이 어떠하든,
궁극적으로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을 따라 기쁜 모습.
그런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것이 내 주된 방향이다.
하지만 이번 여정에서는 지난 내 사진들과 달라야 했다.
나는 그들의 눈물을 담아야 했으며, 그들의 아픔을 담아야 했다.
그래서 그것으로 이들을 알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시 이 아이들을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와라 딤실로’라는 마을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것을 위해 기도했다.
기도를 하면 하나님은 들으신다.
그곳에서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을 맛보아야 했다.
촬영하기를 원했던 기근과 질병으로 죽어 있던 목축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 마을에는 우물 주위로 오물이 흘러나올 정도로 위생상태가 좋지 못했다.
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작은병원에서 환자들의 발걸음은 이어졌지만
치료는 원활하지 못했다. 수인성 질병으로 아파하던 청년들을 만났다.
죽어가는 노인을 수술로 살려놓았지만 ‘만원’ 하는 링거주사를 맞힐 돈이 없어서
그냥 죽어가도록 방치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았다.
말 그대로 만원이 없어서 사람이 죽어 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유뉴스 이삭’을 만났다.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하던 생후 6개월 정도의 여자아이였다.
이 아이의 사진을 찍으며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우리가 부탁을 해서 만원짜리 영양제를 맞히기로 했다.
아가용 나비주사바늘로 아이의 팔에 바늘을 넣어 보았지만
워낙에 앙상한 팔이라서  혈관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비명과 고통스런 표정으로 아픔을 호소했다.
딸 아이의 얼굴이 겹쳐 보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길지 않던 시간동안 호흡 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두 번의 실패 후, 성인용 긴 주사바늘로 아이에게 시술해서 성공했다.
여전히 고통스러워 하던 아이는 잠시후, 편히 잠들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늦은 밤이 되어 은자메나에 있던 숙소로 돌아왔다.
지부장님은 그 아이에게 필요한 분유를 주문했다.
그리고, 나는 다음날인 화요일 촬영을 마치고 차드를 떠났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 만난 이 어린 여자아이의 눈망울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오늘이나 내일쯤, 이 아이의 이야기를 나누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굿네이버스에 아이의 신상에 대해 부탁했었는데
오늘 그 서류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의 사진 옆에 ‘사망’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급히 담당간사님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분도 쉽게 말을 못 꺼내셨다.
직접 만나서 소식을 전하려고 하셨단다.

화요일에 내가 차드를 떠나고
수요일에 지부장님은 신청해둔 분유를 가지고 마을에 찾아 들어가셨다.
그런데 그 때는 이미 아이가 죽어 있었다.
아이를 만난 다음날인 화요일에 이미 죽은 것이다.
오늘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르겠다.

준비해 간 분유를 먹고, 아이는 다시 건강해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결국 아이 ‘이삭’은 굶어 죽고 말았다..

Chad #4

차드에서의 무더웠던 첫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를 나누며 선교사님(굿네이버스 협력 지부장)께
혹시 몸이 불편한 곳이 있는지를 물었다.
선교사님은 그 땅에서의 수고로움 때문에 종기로 아파하셨다.

차드는 수도근교지역이라도 마을마다 도로가 정비되지 못해서
오프로드로 달려야 한다. 그래서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4륜구동 자동차로도 쉽게 구덩이에 빠지게 마련이다.
나는 이 거친 들판을 달릴 만큼 운전을 잘하지도,
건축물을 올릴 만한 기술도, 현지 사람들을 인솔하고 훈련시킬 리더십도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하나가 바로 기도다.
그래서 환부에 손을 대고 기도했다.

천국이 한 알의 겨자씨와 같다는 말씀을
이 땅에 살아있는 선교사님을 보며 다시금 생각했다.
하나님의 사람 한 명이 큰 나무가 되어 수많은 새들을 먹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내가 그 한계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내 모든 작업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이루어지길 바랐고,
그 일들의 과정에서도 너무나 기분 좋은 나날이었지만
성령님을 알게 되고 그 인도하심을 따라서 나는 또 다른 세계에 발 딛고 선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을 나누려는 것이다.

서울에 있을 때는 숨 가쁘게 변하는 환경과 상황들 앞에 집중하거나
내 삶을 다른 사람과 맞춰보거나 비교하느라 분주하겠지만
사실 이 곳에서의 삶은 너무나 단순하다.
하나님이 나를 통해 이루실 것만 기대하고 집중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땀 흘리며 보낸 단순한 하루가 저물었다.
밤이 되면 며칠 째 가정에 전기도 공급되지 않아 저녁 7시만 되어도 온통 새까맣다.
잡다한 정보들과 단절되는 이 밤에 나는 벌써 내일을 꿈꾸고, 걷고 있다.
아버지의 기쁘신 뜻을 기대하며..

Chad #5

아프리카 여러 국가를 만나왔지만 차드가 가장 비참하다.
지부장님의 4륜구동차도 차드의 험한 길을 버텨내 주질 못하고 곧잘 퍼져버렸다.,
50도의 불볕더위는 의욕과 체력을 고갈시키고,
쩍쩍 갈라져 있는 땅을 보면 한숨만이 새어나온다.

거쳐 간 다른 곳보다 더 험하고 아픈 땅이라면 이곳에 가장 많은 돕는 손길이 있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 반대다.
험한 조건과 불안정한 정세(몇 달 전에도 내전이 있어서 지부장님은 본부를 지키고,
나머지 가족들은 급히 인근국가로 대피해야만 했다.)와
근접성이 떨어지는 바람에(예를 들면 한 마을과 마을을 잇는
도로가 정비되어 있지 못하는데다 이정표가 없어서 ‘감’으로
길을 찾아야 할 때가 많다. 게다가 비라도 내리면 길이 변하기 때문에
기억력을 믿을 수도 없다.) 이곳을 돕는 손길은 드물다.
조금 힘들고, 근접성이 있어서 돕기도 좋고,
오고 가며 홍보하기도 좋은 곳을 구호단체가 선택한다는 것이다.
완전히 힘든 곳은 구호단체들도 피하는 것이다.

뜨거운 날씨 때문인지 차드의 사람들은 쉽게 화를 내고, 성격이 급하다.
하지만 어느 나라보다도 순박한 사람들이라
차를 타고 마을을 지나면, 누구나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이곳은 아직 도시라고 부를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아서
쓰레기촌락이 형성되어 있지도 않다.
케냐의 쓰레기촌은 숨이 막힐 만큼 비참했다.
이 나라는 수도조차도 아직 쓰레기 촌이 조성될만한 쓰레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질서가 잡혀 있지 않는 혼란한 이 나라에서
이 땅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내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지부장님과 함께 있다가 현지인이 새치기라도 하면
현지인모양으로 버럭 화를 내신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낯설었다.
동네 건달들이 시비라도 걸면, 똑같이 맞서서 대응하고,
정부기관에서 뇌물을 요구하면 소리를 질러가며 맞서 싸우신다.
그러면 정부에서는 이 나라를 떠나라고 협박까지 한다.
그러면 마음대로 하라며 맞선다.
재미난 일은 그렇게 맞서 싸운 후에 한결같이
그들은 이 사내의 친구이자, 우군(友軍)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지인들이 그 진정성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저 좋은 일 하기 위해 머무는 나그네가 아니라
차드를 정말로 사랑해서 목숨 건 사람이구나. 라고..

며칠 머물렀을 뿐인데 지부장님과 사모님은
우리의 방문을 통해 너무나 많은 위로를 받고 있단다.
며칠 전, 지부장님의 종기를 위해 기도한 것이 다음 날부터 치유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계기를 통해 매일 밤, 나는 이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하는 것이 약속처엄 되어 버렸다.
지부장님의 치유를 보며 생각했다.
수인성 질병 때문에 아파하는 아이들에게 손 얹고 기도하면 얼마나 좋을까.
코끼리 코처럼 붓고 늘어져 있는 아이들의 배곱과
병든 물에 손 담그고 기도하면 어떨까?
하지만 아버지는 내게 그보다 더 귀한 일이 있다.는 것을 말씀해 주셨다.
얼마후 떠나야 할 내가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떠난 후 이 곳에 남아 계신 지부장님을 통해 이 일이 이루어지는 것.
얼마나 기쁘고 놀라운 일인가?
주의 신이 이 사내에게 임하여
이 병든 땅 가운데 희년이 성취되는 것.
나는 매일 밤, 이 기도제목을 가지고 이 가정을 축복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