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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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하나님은 매일같이 큰 은혜를 허락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돌아와 심하게 앓았습니다.
오늘 기운을 내서 선물로 사온 워터볼을 들고 희철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지난번에 선한목자교회서 희철이네 가정을 위해
모금한 금액을 오늘 전달해드렸습니다.

희철이네 가정을 잠깐 설명드리면
희철이 형은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46살에 늦둥이로 희철이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3살에 열경련으로 인해 희철이는 뇌성마비가 되었고
그로 인한 상실로 아버지마저 좌절하시다가 돌아가셨습니다.

희철이와 어머니 두 명이서 생을 살아오다가
작년에 희철이는 세브란스에서 수술받은 후
상황이 나빠져서 파킨슨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몸이 불편한 어머니는
작년에 암판정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준다고 믿기에
주님이 우리 희철이를 주셨다고 믿는데
쉽지만은 않습니다.”

어머니는 눈물 가득한 눈으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살아갈 길 없어 보이는 모자가 마음에 떠나지 않아서
작년에 몇 개월동안 부지런히 사람들과 기관을 만나면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맸습니다.
희철이는 엄마가 돌봐줘야만 살 수 있고
어머니는 희철이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인생들이기 때문입니다.

희철이 어머니가 손편지를 써주셨습니다.
받은 은혜는 너무 큰데,
할 수 있는 건 이정도 밖에 없어서 부끄럽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부끄러워 하지 말고 잘 살아주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바라보자며
식당 한 켠에서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해드렸습니다.

손편지는 선한목자교회 성도들에게 쓴 편지이지만
함께 도와준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어도 될 것 같아요.

“선한목자교회 성도님들께
안녕하세요. 정희철 엄마 최두례입니다.
설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올 한해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 맘껏 누리시는 성도님들 되시길 기원합니다.
저희 모자는 병원에서 잠깐 퇴원하여
희철이가 좋아하는 잡채해 먹으며 올 한해 계획을 세워보았답니다.
올해는 희철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데
그동안 오랜 입원으로 학업에 소홀했던
희철이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네요.
빨리 몸 건강해져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각오가 대단하니 기도하며 지켜보려구요.
저도 저번 입원때 암수술하려고 준비했다가 성도님들의 기도 덕분에
수술없이 약물로 치료 받는 놀라운 기적같은 일을 체험중에 있는데
분명 하나님의 은혜임을 믿습니다.
사실 믿음 부족한 저희 모자에게 선한목자교회 성도님들께서 보여주신
사랑과 정성은 예수님의 선하심과 긍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희 모자도 성도님들의 믿음을 본받아
하나님 더 의지하며 하루하루 감사한 삶, 나누고 베푸는 삶 살고자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기도부탁 드릴 것은,
희철이가 예전처럼 믿음 회복하여 함께 예배드리는 것입니다.
어릴적부터 하나님 의지하며 기도했는데,
희철이는 나아지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며 절망하더니
어느 순간부터 예배를, 기도를 거부하였습니다.
아이의 상처를 알기에 강요하지 못하고 희철이의 믿음이 회복되길 바라는 눈물의 기도를 할 뿐이었습니다.
희철이 손잡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기도와 찬양드리길 소망하며 기도부탁드립니다.
이제 날서린 추위는 지나간 듯 하지만
아직 바람은 차가우니
성도님들 건강유의하시고 하나님 은혜 풍성하시길 두손 모아 기도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축복합니다.

2016년 2월 최두례 드림”

편지의 내용중 희철이에 대한 내용을 부연설명하면
어제 희철이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눈물 가득한 졸업식이었다지요.
희철이와 친한 친구가 고작 감기에 걸려
졸업식을 하루 남겨 놓고 하늘나라로 가게 되었어요.
평소 호흡기가 약했던 친구였다고 해요.
이렇게 가까운 사람들 한 명 두 명 계속 떠나 보내고
본인도 계속 상황이 안 좋아져서 마음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내일 모레 희철이를 다시 만나러 갈 거예요.
댓글을 모아서 예쁜 종이에 프린트해서 전해드릴 생각이예요.
예쁜 응원의 말과 기도 부탁드릴게요.

부족한 게 없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저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 첫째 대환이.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셋째 은환이.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돌보시는 어머니는 내게 이런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내게 가르쳐주는 게 참
많아요.
그저 사랑스럽기만 한 우리 세 아이들.
우리 형편이 이만큼 어렵지 않았다면
아이들 두 세명 더 낳아 길렀을지도
몰라요.”
자신의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도 부족해서
인생이 원망스럽고 힘에 부칠만도 한데,
어머니는 아이들의 존재를
가치있게 여기고,
도리어 기뻐하는 모습이 내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여쭈었더니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지어 보이시며 대답하셨습니다.
“저희가 부족한 게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대문을 들어서면
작은 부엌 작은 방이 서로 마주 보고 있습니다.
이 공간에서 다섯 식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도움이건 그들에게 절실할
것 같지만
어머니의 마음에서 결핍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부족한 게 없다지만 어머니에게 꿈같은 소원은 한 가지
있습니다.
누워만 지내야 하는 대환이에게
침대용 휠체어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혼자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면
대환이가 피어나는 봄꽃과 들판을 볼 수 있겠구나.
드넓은 바다의 소리를 마주할 수 있겠구나.
희귀난치질환을 앓고 있는 두 아이
대환이와
은환이의 어머니를 만나고 묵상했던 지점들이 있습니다.
결코 쉬울 것 같지 않은 일상 속에
어머니가 찾은 평안입니다.
삶과 죽음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그 긴장 속에서 그 가정이 누리는 평안함.
그것을 우리 언어로는 ‘은혜’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언젠가 아이를 떠나보낼 수 있지만
그것이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순간을 잘 준비하기 위해
오늘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이 아른거립니다.
부족한 게 가득할 것 같은 상황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는 말은
풍요롭지만,
풍요롭지 않은 양 살아가는 내 모습을 부끄럽게 합니다.

당신의 자녀를 위한 급박한 전개

이제 살아가겠습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살아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희철이 어머니가  순간 순간 눈물흘리며 말씀하실 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누가 잘 살라고 말한다고 해서
살아갈 수 있는게 삶이 아닙니다.
그동안 용기내어 잘 살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을까요?

이 말을 스스로 말해주어서 얼마나 감사한지요.

아픈 두 모자가 힘을 내어 잘 살아준다는 말에
뛸듯이 기쁜 이 마음은 주님이 주신 격려겠지요.

무경이는 여전히 몸을 못 움직입니다.
쌍동이 동생 석빈이와 누나 수빈이는
가끔 감기에 걸리긴 하지만 건강합니다.
다른 아이들은 자라는데
여전히 누워있는 무경이를 보면
그저 아프고 미안해서 눈물만 흐른다고 합니다.
그래도, 무경이 어머니도 기도하면서 힘내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경이를 처음 만난 날,
무경이의 손을 잡고 기도하며
어머니에게 하나님을 전했습니다.
신이 있다면 왜 이런 절망이 있겠느냐는
무경이 어머니에게
그날 감사하게도 우리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아프고 절망스런 풍경들을 떠올리며
주님의 마음을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은 맹인과 귀신 들려 말 못하는 사람을 고치시고
모든 도시와 마을에 두루 다니시며 하늘나라 복음을 전하시고
모든 질병과 아픔을 고쳐 주셨습니다. (마9:35)
목자 없는 양같은 당신의 백성들을 보시고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기도할 것을 명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무리를 불쌍히 여기셨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무리를 보시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셨습니다.”(마9:36)
불쌍히 여기다로 번역된 이 말은
내장에 통증을 줄만큼 깊은 아픔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당신의 백성을 향한 주님의 이 마음은
제자들에게 아래와 같이 기도할 것을 명했습니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그러므로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라.” (마9:37-38)

그러고는 깜짝 놀랄 장면을 만납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기도하라는 내용은
다음 장면에서 곧바로 성취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열두 제자에게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며
모든 질병과 아픔을 고치는 권능을 주셨습니다.'(마10:1)

주님의 마음.
다급하다 못해
급박하기까지 한 성경의 전개와 성취속에

당신의 자녀를 향한
주님의 마음이 만져지는 것 같았습니다.

#희귀난치 #희철이 #무경이 #불쌍히여기다 #일꾼을위한기도 #다급한전개 #숨은주님의마음

희철이의 생일빵

며칠전 생일날을 희철이의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언제 이렇게 친해졌다고 희철이는
나이가 스무살 넘게 차이나는 제 옆구리를 토닥거리며
장난을 쳤습니다.
“형 생일 축하해. 생일빵이야!”

제 생일을 누가 알려줬는지
희철이 엄마는 생일케잌을 준비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생일에 별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정성스레 손글씨로 적어준 편지를 읽으며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편지 내용중에 제 마음을 잡아끄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희철이가 태어나기 전에 형이
(고등학교 수학여행에서 교통사고로)죽어서
형의 존재가 그리운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 작가님을 형이라 불러도 되는지
엄마에게 자꾸 허락을 물어보네요.”

편지를 읽으며 희철이가 내게 형이라 부를 때
힘껏 용기내어 불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이리 저리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대신
마음씨 좋은 형, 누나들을
희철이에게 소개시켜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철이의 친구가 되면 대단한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희철이가 좋아하는 야구장에서 함께 소리지르고 응원하는 것만으로
평생에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유쾌하고 똑똑했던 희철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파킨슨병으로 인해
자신의 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되면서
두려움과 함께 수치심이 밀려드나봅니다.
이래저래 희철이의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상태라
우선 퇴원한 후 2~3주동안 집에서 안정을 취하려고 합니다.
희철이의 수술은 10시간이 넘게 걸려서
무엇보다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희철이가 퇴원하는 대신
낮동안에는 간병인에게 부탁을 하고
이제 어머니의 치료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좋은 간병인을 만날 수 있도록,
앞으로 진행될 두 사람의 치료와 건강을 위해
몸과 마음을 위해 함께 기도해주세요.

희철이의 수술

카페나 빵집에서 뭘 한 번 사본 적도 없이
살아오신 것 같아요.
희철이 어머니는 커피를 사주시면서
콜라 먹는 큰 빨대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지난번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에
희철이와 희철이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마흔 여섯에 낳은 귀한 아들 희철이는
세살 무렵 폐렴을 심하게 앓은 후,
뇌병변 1급 장애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거기다가 파킨스병 까지 앓게 되어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입니다.
몸을 심하게 흔들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지만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는 아이입니다.

어머니는 희철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뇌경색으로 병원 계단에서 굴러서
27일간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그 후로 한쪽 팔과 다리가 조금 불편하십니다.
남편과 첫째 아들도 심장마비와 사고로  잃어 버렸는데
어머니까지 최근 암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희철이에게 밥을 못 해주는 날에는
“엄마, 나 배고프지 않아.”
도리어 어머니를 위로하고
팔, 다리를 주물러 주기까지 합니다.

어두운 터널 같아 보이는 이들에게
가족 사진을 찍어 선물했습니다.
이 작은 선물에도 이들은 너무 환하게 기뻐했습니다.
그리고는 혼자서 준비하던 일이 하나 있습니다.
내년에 희철이에게 컴퓨터를 마련해 주는 일입니다.
희철이는 꽤. 글을 잘 쓰는 편입니다.
흔들리는 몸으로 어떻게든 키보드를 투박하게 눌러가며
문장과 문장을 이어갑니다.
그래서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큰 상을 타기도 했다고 어깨를 으쓱거립니다.
그런데, 컴퓨터가 고장나서 요즘은 글을 쓰지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은 희철이가 말을 하면 어머니가 받아 적어주십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돈을 모아서
내년초에 희철이를 위해 컴퓨터를 마련하려고 생각중입니다.
그런데, 컴퓨터 보다 더 급한 일이 생겼습니다.
지금 둘은 병원에 있습니다.
희철이의 수술 때문입니다.
원래는 어머니의 수술이 더 시급한데
돈이 없어서 어머니는 희철이를 먼저 수술하게 하셨습니다.
당연히 자식이 먼저라면서요.
희철이 어머니는 신장이식이 시급하지만
재정이 어려워서 월세도 내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희철이는 하나님이 아빠와 형을 데려가고
어머니 마저 아프게 해서 기도하는 것이 참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 아들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들아, 하나님은 항상 너를 사랑하시고 지켜 주신단다.
우리는 은혜 안에 더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하루하루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자.
오늘 하루를 있게 해 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

희철이를 위한 후원은
국민은행 143001-01-002662(사회복지법인 토기장이세상) 으로 받겠습니다.
입금명에 희철이를 따로 명기해 주시면 구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기부금영수증을 원하시는 분은 성함, 주소,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됩니다. (02_3143.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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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아 멈춰라

내 작은 소원 하나 이루게”

 

내 꿈은 야구선수입니다.
하지만 2001년 세 살 크리스마스 이브에 앓은 감기로 시작해
지금은 꿈을 이룰 수 없을 만큼의 큰 장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버리지 않는 희망 하나는
열심히 치료를 받아 보통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완전한 아이 희철이가 되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땐
또래들처럼 학원을 핑계로
좋아하는 야구 선수의 게임도 관람하고 싶고
친구들과 PC방, 극장 등을 다니며
사소한 것들에 일탈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야구선수는 아닐지라도 훌륭한 야구해설가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을 알지만
맘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이 마치 탈을 뒤집어 쓴 것처럼 답답합니다.
때로는 겨울이 되어 옷을 벗는 나무처럼 사람들 앞에서
내 허물을 벗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내가 할 수 있는 건,
비어 있는 아빠 자리를 대신하는 것입니다.
옆에서 나를 말없이 지켜 주고 보살펴 주는 우리 엄마,
가끔은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시지만,
돌아보면 다 내 꿈을 위해서 하신 말씀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 사회는
나 같은 장애인을 다른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런 시선을 느낄 때면
내 꿈이 정말 이루어질까도 생각합니다.
엊그제도 엄마와 병원에 다녀오다가 속이 상했습니다.
엄마는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택시를 잡았지만,
멈추어 섰다가도 휠체어를 보고 다들 그냥 가 버렸습니다.
50분이 넘도록 택시를 잡지 못한 엄마는 내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희철아, 미안해. 아들아, 사랑한다.”
그러나 이미 지친 목소리에서
나는 엄마가 빗속에서 얼마나 울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처음으로 다가오는 택시 바퀴에 휠체어를 들이대고 싶었습니다.
이럴 때면 치료도 운동도 다 포기하고 싶습니다.
현실을 피할 수 없는 나의 비참함,
그저 참고 견뎌야 하는 건가요?
하지만 난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난 늘 속으로 외칩니다.
“정희철, 파이팅!” 하고.
열심히 노력하여 나의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오리라 믿기에
오늘도 다시 한 번 외쳐 보렵니다.

“정희철, 파이팅!”

_ 희철이의 말을 받아서
어머니가 적어 주신 글입니다.

희철이는 말을 다 마친 후에
엄마가 많이 아프다고 전하고 싶었는데
말을 하면 정말 엄마를 잃어버릴까 봐,
정말 잃어버리면 큰일나니까
차마 그 이야기를 입에 담지 않을 거라 했습니다.

아. 주님. 도와주세요.

희철이와 어머니

“하나님이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준다고 믿기에
주님이 우리 희철이를 주셨다고 믿는데
쉽지만은 않습니다.”

 

희철이..
아프리카로 떠나기 며칠전,
희철이와 그의 어머니를 신촌에서 만났습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살고 계신데,
아픈 희철이와 아픈 어머니의 치료 때문에
신촌 세브란스까지 한달에도 몇 번씩 방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희철이는 태어날 때 이름은 반석이었습니다.
반석같은 아이, 그는 유쾌하고 유머감각 있는 친구입니다.
하지만 뇌병변 1급 장애로 몸을 심하게 떨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이젠 파킨슨병을 앓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희철이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뇌경색으로 병원 계단에서 굴러서 27일만에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그나마 쓰러진 곳이 병원이라 처치가  빨랐습니다.

남편도 일찍 떠나버리고, 첫째 아들도 교통사고로 떠나버린
어머니의 가슴에는 커다란 멍이 있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준다고 믿는데..”
얼마전 병원에서 어머니는 암진단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소원은 소박하지만 절박하며,
자신의 의지로는 이루어 질 수 없는 내용입니다.

“내 아들보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희철이는 이 엄마가 돌봐줘야 하는데,
이 아이보다 1분 1초만 더 사는것이 소원입니다.

어머니의 소원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마지막까지 아들을 위한 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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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좋아하는 희철이는 요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라
신바람이 났을 것입니다.
팀별로 모든 전력을 줄줄 꿰고 있습니다.
내가 맞장구를 쳐줬더니 하이파이브를 하며 내 손을 꼬옥 잡고 씨익 웃습니다.
얼마 뒤에 야구장에 가게 되었다며 함께 가자고 몇 번을 졸라댔습니다.
희철이가 야구장에 있던 날, 저는 아프리카에 있었지요.
제가 아프리카에 있는 동안에 내가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어제 희철이에게 전달되었습니다.

희철이 어머니가 복수가 차서
병원에 며칠을 입원하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돌아와서 사진을 보시고는 너무나 행복해 하셨다고 합니다.
못생긴 자기를 아름답게 찍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받았습니다.
사진을 보내드린다고 하고 2주나 늦었는데
어머니가 가장 기뻐할 수 있는 타이밍에 전달이 되었습니다.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절망, 그 속에서도 잠시 웃게 됩니다.

희철이와  어머니를 위해 도움과 기도부탁드릴게요.

보이지 않아도 두 아이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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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그것밖에 못 해요?”

개구쟁이 성진이가 도발하며 내게 공을 뻥 찹니다.

질 수 없다며 골목 저 너머까지 나도 뻥하고 공을 찹니다.

골목길에서 삼십 분이 넘게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만

성진이(9세)와 사랑이(8세)는 지칠 줄도, 지겨워할 줄도 모릅니다.

함께 땀내며 놀아줄 어른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이제 헤어져야 하는 시간을 직감한 성진이가 말합니다.

“우리 집에서 라면 먹고 가면 안돼요?”

어느새 애교 많은 사랑이도 팔에 매달려 조릅니다.

“우리 라면 같이 먹어요.”

다음 기회를 약속하는 나를 보며 아쉬워한 아이들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올라옵니다.

(111)

성진이와 사랑이 엄마는 눈이 아픕니다.
처음부터 눈이 안 보였던 것은 아닙니다.

희미하게나마 형체를 알아보던 적도 있습니다.

빛과 어둠이나마 구별할 수 있던 적도 있습니다.

각막이식과 망막 수술 그 외에 여러 수술을 열 번이나 견뎌 낸 눈이었지만

2010년 이후 볼 수 있는 것은 어둠뿐입니다.

“비켜주세요. 비켜주세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칠 때마다 성진이는 용감하게 외칩니다.

말썽을 피우는 성진이 때문에 엄마는 속이 상하다가도

손을 잡고 길을 인도해 주는 성진이가 있어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때 사랑이만 지웠어도…”

돌아가신 엄마는 사랑이를 볼 때마다 속상해하셨습니다.

사랑이를 임신하면서 좋지 않던 엄마의 눈이 더 나빠졌습니다.

임신 5개월 째, 눈의 망막이 다시 떨어졌습니다.

병원에서는 전신마취 수술을 해야 한다며 낙태를 권유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엄마는 뱃속의 사랑이를 안고 다른 병원을 찾아다녔습니다.

부분 마취로 수술을 해보자는 병원을 만나
엄마는 다행히 사랑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115)

엄마의 발톱이 길게 자라면 성진이와 사랑이는 다툽니다.

“내가 엄마 발톱 깎아 줄 거야.”

“아니야. 내가 엄마 발톱 깎아 줄 거야!”
아이들이 발톱을 깎아 주는 행복한 엄마가 세상에 또 있을까요.

성진이와 사랑이는 엄마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눈이기에

엄마 혼자 성진이와 사랑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남편도 집을 떠나가 버리고
친정엄마까지 갑작스레 돌아가셨을 때는

막막함 뿐이었습니다.

다행히 여러 곳에서 도와주신 덕분에

성진이네는 이제껏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지현씨의 집에서 성진이와 사랑이

혹여나 눈 상태가 좋아져

다시 수술하고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될지

엄마는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성진이와 사랑이가 곁에 있기에

엄마는 오늘도 웃을 수 있습니다.

글 이요셉, 이음  사진 이요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