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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주인

며칠 전, 소명이를 데리고
성남시청에 스케이트를 타러 나갔습니다.
계속 바빴던 탓에
정말 오랜만에, 잠시 동안 아빠 노릇을 했지요.
꿀 팁인데.. 천 원을 내면
안전모와 스케이트 등 필요한 모든 물품을 
대여해주고 한 시간 동안 신나게 놀 수 있답니다.
 
운동신경이 있는 남자아이라 그런지
아빠 손을 잡지 않고도
펭귄같이 뒤뚱거리며 앞으로 나갑니다.
나는 뒤에서 최고라며 응원해 주었지요.
 
겨울 햇살은 낮아서
소명이의 그림자 위로
내 그림자를 거인처럼 길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림자가 아이를 지켜주기 위해
양손을 쉬지 않고 휘젓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작년에 여러 일들이 있었습니다.
책 출간과 여러 해외 촬영과 전시회, 캘린더,
수많은 프로젝트와 아픈 아이들과의 접점들..
과연 내가 이 일을 다 할 수 있을까.
주저앉고 싶었을 때 아버지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할 수 있어서 맡겼단다.”
 
주님이 말씀하시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수평으로 줄 세우는 대신
내 앞에 한 줄로 줄 세웠습니다.
그러면 내가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은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그렇게 거짓말같이 한 해를 마무리했습니다.
내 뒤에 넓게 팔 벌리고 있는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너무나 큰,
 
그는 목자같이 양 떼를 먹이시고
어린 양을 그 팔로 모아 품에 안으십니다.
누가 손바닥으로 바닷물을 헤아렸으며
뼘으로 하늘을 재었을까요.. (사40:11a-12a)
 
 
9시에 함께 기도하는 운동을
시작하고 기도하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한
선물을 오늘 다 정리해서 택배로 보냈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하나, 둘 할 일을 마치고, 호흡을 가다듬고
저도 곧 새해를 맞이하겠습니다.

#할수있어서맡겼다는일들 #한줄로세우면오직하나 #내일의염려는내것이아니요 #주님의두팔은크다 #목자의손바닥의크기

동굴이 기도실

온유가 소중하게 여기는 컬러링북에
동생 소명이가 싸인펜으로 색칠했습니다.
별일 아닌 일이지만 온유에게는 큰일입니다.
온유가 색연필로만 아껴가며 색칠하던 보물이었기에
마음이 많이 상했습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방에 들어가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아끼던 건데..
그동안 내가 많이 참아주었는데..”
 
방 안에서 울먹이는 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꽤 억울하고 속상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방 안에서 나온 온유에게
아내가 칭찬하며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온유가 참 기특하네.
많이 속상했을 텐데
그 방에 들어가서 하나님께 기도했구나?”
 
엄마의 말 한 마디에
속상해서 들어간 동굴이
기도실로 변해버렸습니다.
금새 아이들은 킬킬거리며 신이 나서
그곳을 기도실이라 이름 붙이고는
자기들끼리 종이에 선을 그어서
기도할 제목을 적고
기도하는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오늘 제가 화내고 짜증내서
소명이가 많이 놀랐을겁니다.
다음부터 … “
 
이런 별일 아닌 듯 큰일은
앞으로 살아가며 매일 겪어 나가겠지요.
돌아갈 곳 없어 허전한 마음으로
돌 하나 주워 베개 삼은 곳이
하나님의 집이요, 하늘의 문이 되어 주었던 것처럼
아이들이 아파 울며 엎드린 동굴에서도
주님 만나기를 소원합니다.
 
“주님은,
마음 상한 자를 가까이하시고,
낙심한 사람을 구원해 주십니다” (시34:18)

함께 자랍니다

“엄마 아빠께
엄마 아빠 많이 힘드시죠?
우리가 거의 편지가 없었죠?
그래서 쓴 거예요. 
사랑하고 축복하고 감사드려요. 
우리가 많이 컸어요. 
그런 게 엄마 아빠 덕분이예요.
우리가 이제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행복하고 복된 가족이 되어요.
엄마 아빠 최고.
우리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늙지마세요.
우리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께
이렇게 긴 편지를 썼네요.
우리를 낳아 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해요.
우리 함께 살아요.
온유 소명 올림.”
 
방에서 자기들끼리 웃으며
쓴 편지를 내밀었습니다.
우리가 분명 좋아 할 거라는 확신을 가진 표정으로.
아이들이 많이 자랐습니다.
 
어제는 희철이 엄마에게서 
또 언제 놀러 올 거냐고. 전화가 왔습니다.
며칠 전 아이들을 데리고 희철이의 지하방에 놀러 갔습니다.
방안 가득한 아이들의 웃음에 희철이와 어머니도 좋았나 봅니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온유가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희철이 오빠는 우리를 보고 부끄럼을 타나 봐.
계속 몸을 비틀어.”
“응. 온유야. 희철이 오빠는 몸이 아파서 그런 거야.”
“그런데 몸이 아픈 사람들은 모두 집이 작아. 지난번에 찬영이네도 그랬잖아.”
“온유가 그렇게 몸이 불편한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불쌍해?”
“응. 그런 생각이 들어.”
 
“온유야 엄마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프거나 불편한 데가 하나도 없어도 마음이 병든 사람이 많거든.
자신은 부끄럽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들까?
몸은 불편하지만 
장애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을 엄마는 멋있다고 생각해.
엄마의 아빠, 그러니까 온유의 외할아버지도 앞을 보지 못하는 분이셨거든.
그런데 얼마나 멋진 분이셨는지 몰라.”
 
아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아이들도 자라고, 나도 자라갑니다.

눈만 감고 있는거야

 
잠들기 전에 화장실도 다녀와야 하고
잠들기 전에 양치도 해야 하는데
꾸벅꾸벅 곧 잠 들려 하는
소명이를 흔들어 깨우면
요즘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자고 있는게 아냐.
그냥 눈만 감고 있는거야.”
 
소명이의 말에 아내와 함께 한참을 웃었습니다.
아내가 자주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아이들 밥차려주고,
청소며 빨래를 다 마치고
지쳐서 잠시 누워 있으면
아이들이 아내의 빈틈을 비집고 득달같이 달려옵니다.
 
“엄마 자지마, 책 읽어주세요.”
“엄마, 엄마 배고파요.”
 
그럴때면 엄마는 지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지금 자고 있는게 아냐.
그냥 눈만 감고 있는거야.
조금만 쉬고 놀아줄게.”
 
아이들이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아빠와 엄마의 단어나 문장이 가득합니다.
어른의 문장을 아이들이 말할 때면 얼마나 재미나고 신기한지요.
 
그냥 눈만 감고 있는 거라던 소명이는
우리가 웃는 사이에
깊이 잠들어 버렸답니다.

온유의 주말학교

온유는 학교 놀이를 좋아합니다.
훨씬 어렸을 때도 동생을 앉혀놓고
“이소명 어린이”
“네.”
“이소명 어린이 오늘 아침밥 안 먹었나요?
더 크게 대답하세요.”
“네!!”
아이들의 대화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이번 주말에 심층적으로 진행되는
온유의 주말학교를 보며
다채로운 영역과 진도에 놀랐습니다.

부모를 대신한 온유의 수고와 애정에 무한 박수를. ㅎㅎ

곤히 잠든 소명

조금전에 집에 돌아왔습니다.
주일 귀가는 자주 늦는 편입니다.
이것 저것 정리하고
아이들을 씻기고
내일 등교 할 채비까지 마치려니
마음이 분주합니다.
그 사이에 소명이가 쉬가 마렵다고 화장실에 갔습니다.

오분, 십분이 지나도
소명이가 돌아오지 않아서
화장실에 갔더니
저렇게 문턱에 기대어 자고 있네요.
짠해 보이긴 하지만
아이는 얼마나 곤히 잠들어 있는지요.
사진을 찍고는 사랑스러워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오늘도 모두 수고 많았어요.
평안한 밤. 굿 나잇이예요.

아이 하나의 놀라운 가치

소명이는 3.9kg의 우량아로 태어났습니다.
다른 신생아들이 포대기에 파묻혀
병원에서 퇴원할 때,
소명이는 이미 친구들보다
얼굴 하나가 더 나와 있었죠.
6개월이 될 무렵 소명이는 10kg가 훌쩍 넘었습니다.

웅진2009-05-22 11-00-51286

이렇게 무거운 녀석을 매일 안고 다니다보니
아내의 허리와 무릎은 남아나질 않습니다.
아내는 허리를 펼 때마다
‘끙’ 하는 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 가슴은 덜컥 내려앉곤 했습니다.

2009-10-24 22-04-07-1119

밤마다 아내에게 안마를 해주고,
자다가 몇 번씩이나 깨는
아이들을 돌보다보니
저 역시, 얼굴이 푸석푸석해졌습니다.
처음 장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땐
남자 피부가 너무 좋다고 좋아하셨는데,
그것도 이제 다 옛말입니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만,
아내와 전 하루하루 아픈 곳이 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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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화가, 반 고흐는
죽어가던 창녀 크리스틴과
그녀의 아들을 보호하면서,
동생 테오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습니다.

‘내 어떠한 작품도 요람 속에 잠든
한 아이의 가치보다는 못하다.’

웅진301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보기 위해
비싼 값을 치루고,
길게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데,
정작 그는 자신의 어떤 작품도
한 아이의 가치를 이길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몸은 늘 고단하고,
나날이 기운도 잃어가지만,
매일을 정직하게 자라나는 아이들과
무엇을 비교할 수 있을까요?
무엇과 맞바꿀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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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인한 충일감이
모든 피로를 잊게 하는 걸 보면,
저도 이제 부모가 되어가나 봅니다.

지구를 지켜라

 

“아빠! ”
함께 걷다가
소명이가 뭔가 기발한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가던 길을 멈췄습니다.

마치 지구를 구할 용사처럼
몇 개의 포즈를 연습하고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길래
다음 행동이 궁금해서 카메라를 들었지요.

근데 이게 뭐야..
개구쟁이녀석ㅎ

체스 한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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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집에 돌아와서야
아침도 점심도 걸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분주했던 하루를 정리하고
서둘러 저녁을 먹고 나니 허기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밥상을 정리하고 체스판을 가지고 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들과 체스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온유는 이기는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며칠전에 일부러 몇 번 게임을 져주었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졌습니다.
이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서
이번에는 반대로 내리 두 번을 아빠가 이겼더니
속상한 온유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아빠가 이렇게 이길 수 있지만
전에는 일부러 져준거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때 일이 생각났습니다.
온유에게 왜 그렇게 말했을까 후회가 되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니까
이제 다 큰 아이처럼 대하고 있지만
아직은 마냥 어린 아이일 뿐인데
모든 일에 가르침이나 교훈을 남겨야만 했을까?
그냥 아빠를 이겼다는 자신감 하나 안겨줘도 괜찮았을것을.’
그래서 집에 돌아가면
오늘은 무조건 게임을 져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체스판을 열고 났더니
온유보다 어린 소명이가
체스를 하고 싶다고 졸라댔습니다.
결국 온유와 소명이가 체스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온유는 동생을 단번에 이겨버렸습니다.
그래서 온유와 체스하려던 계획을 바꿔서
소명이와 체스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명이에게 체스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려주며 나는 끊임없이 게임에 졌습니다.
그 모습을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온유가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는 이길 수 있는데 왜 자꾸 소명이에게 지는거야?”
“아빠는 체스를 지면 속상하지 않아?”
내가 온유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들을
소명이와 체스를 하며 말해주게 되었습니다ㅣ.

“온유야, 지는것이 다 속상한 일은 아니야.
아빠는 소명이가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싶어.
그래서 져주는거야.

소명이가 충분히 할 수 있을때가 되면
정식으로 힘을 겨루면 되지만
아직은 소명이가 약하니까 아빠가 계속 봐주는거야.
이게 아빠가 응원하는 방식이야.”

몇 번을 더 게임을 하다가
아이들이 차례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늦은 밤, 덩그러니 남아있는 체스판을 보며
감사했습니다.
주님 언제까지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이런 보석같은 시간을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없으면 어쩌냐

소명이가 아끼던 장난감을 잃어버렸습니다.

속상한 소명이에게 누나 온유가 말했습니다.
“소명아, 우리 하나님께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같이 잘 찾아보자.”
“칫, 하나님이 세상에 어디있냐?”
이제 5살 된 장난꾸러기 소명이는, 생각하지 않고
이것저것 말해버립니다.
그런데, 소명이의 말에 온유가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 어떡해요.
소명이가 하나님 없대요.”
그리고는 소명이를 붙들고 설득하기 시작합니다.
“소명아, 네가 유아부 나가잖아.
거기서 하나님께 기도하고 찬양하고 있는데
하나님이 없으면 어떻게 하니?
우리가 함께 외웠잖아.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셔서
예수님을 보내주셨는데
하나님이 안 계시면 우리는 어쩌냐?”
그러게,
하나님이 안 계시면
우리는 정말 어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