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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이 기도실

온유가 소중하게 여기는 컬러링북에
동생 소명이가 싸인펜으로 색칠했습니다.
별일 아닌 일이지만 온유에게는 큰일입니다.
온유가 색연필로만 아껴가며 색칠하던 보물이었기에
마음이 많이 상했습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방에 들어가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아끼던 건데..
그동안 내가 많이 참아주었는데..”
 
방 안에서 울먹이는 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꽤 억울하고 속상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방 안에서 나온 온유에게
아내가 칭찬하며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온유가 참 기특하네.
많이 속상했을 텐데
그 방에 들어가서 하나님께 기도했구나?”
 
엄마의 말 한 마디에
속상해서 들어간 동굴이
기도실로 변해버렸습니다.
금새 아이들은 킬킬거리며 신이 나서
그곳을 기도실이라 이름 붙이고는
자기들끼리 종이에 선을 그어서
기도할 제목을 적고
기도하는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하나님, 오늘 제가 화내고 짜증내서
소명이가 많이 놀랐을겁니다.
다음부터 … “
 
이런 별일 아닌 듯 큰일은
앞으로 살아가며 매일 겪어 나가겠지요.
돌아갈 곳 없어 허전한 마음으로
돌 하나 주워 베개 삼은 곳이
하나님의 집이요, 하늘의 문이 되어 주었던 것처럼
아이들이 아파 울며 엎드린 동굴에서도
주님 만나기를 소원합니다.
 
“주님은,
마음 상한 자를 가까이하시고,
낙심한 사람을 구원해 주십니다” (시34:18)

함께 자랍니다

“엄마 아빠께
엄마 아빠 많이 힘드시죠?
우리가 거의 편지가 없었죠?
그래서 쓴 거예요. 
사랑하고 축복하고 감사드려요. 
우리가 많이 컸어요. 
그런 게 엄마 아빠 덕분이예요.
우리가 이제 엄마 아빠 말씀 잘 듣고
행복하고 복된 가족이 되어요.
엄마 아빠 최고.
우리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늙지마세요.
우리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께
이렇게 긴 편지를 썼네요.
우리를 낳아 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해요.
우리 함께 살아요.
온유 소명 올림.”
 
방에서 자기들끼리 웃으며
쓴 편지를 내밀었습니다.
우리가 분명 좋아 할 거라는 확신을 가진 표정으로.
아이들이 많이 자랐습니다.
 
어제는 희철이 엄마에게서 
또 언제 놀러 올 거냐고. 전화가 왔습니다.
며칠 전 아이들을 데리고 희철이의 지하방에 놀러 갔습니다.
방안 가득한 아이들의 웃음에 희철이와 어머니도 좋았나 봅니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온유가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희철이 오빠는 우리를 보고 부끄럼을 타나 봐.
계속 몸을 비틀어.”
“응. 온유야. 희철이 오빠는 몸이 아파서 그런 거야.”
“그런데 몸이 아픈 사람들은 모두 집이 작아. 지난번에 찬영이네도 그랬잖아.”
“온유가 그렇게 몸이 불편한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 불쌍해?”
“응. 그런 생각이 들어.”
 
“온유야 엄마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프거나 불편한 데가 하나도 없어도 마음이 병든 사람이 많거든.
자신은 부끄럽거나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들까?
몸은 불편하지만 
장애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을 엄마는 멋있다고 생각해.
엄마의 아빠, 그러니까 온유의 외할아버지도 앞을 보지 못하는 분이셨거든.
그런데 얼마나 멋진 분이셨는지 몰라.”
 
아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아이들도 자라고, 나도 자라갑니다.

앞니 브루스

 
온유 앞니가 흔들흔들.
그제부터 앞니에 실을 걸어 몇 번을 시도하다가
결국 밤에 강심장 아내가 거즈로 빼어 버렸네요.

“예쁘다. 우리 딸 예쁘다.”
라고 말해주다가
앞니 빠진 온유를 보고 오랜만에
“귀엽다. 우리 딸 귀엽네.”
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 자라는 게 흥미롭습니다.
잠깐잠깐 사이에 훌쩍 커버립니다.
아프리카를 다녀온 몇 주 사이에
이제는 둘이서 도와가며 샤워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아이의 고개를 뒤로 젖혀서
얼굴에 물이 묻지 않도록
아빠 엄마가 씻겨 주었는데
이제는 자기들끼리 고개를 숙여서 머리를 감고
서로의 등에 비눗칠을 하고 
수건으로 물을 닦고 로션을 바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대단치 않은 모습이겠지만
부모로써는 처음보는 낯선 장면을 보고
기절초풍 하는 줄 알았습니다.
 
백 일이 지날 무렵
목을 가누기 시작할 때 얼마나 신비로웠는지요.
젖을 떼고, 기저귀를 떼고
용변도 각자 해결하고
자기가 선호하는 색깔의 옷을 주장하고
이제는 아빠가 말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도 알아냅니다.
 
식사를 하다가 온유가 물었습니다.
“아빠, 예수님을 믿어도 지옥 갈 수 있어?”
“아니, 예수님을 믿으면 절대로 지옥에 가지 않아.
하지만 예수님을 믿는 게 어떤 건지에 따라서
예수님을 믿어도 지옥에 갈 수 있지.
우리가 누군가를 믿는다고 하면서
사실은 안 믿는 경우가 많거든.
예를 들면..”
 
“그러면 교회에 다닌다고 다 천국에 가는 건 아니라는 말이잖아.”
“움.. 그런 말이지.”
 
아이들이 자랍니다.
주님, 신기하기도 두렵기도 합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는 걸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살아가는 아이로

“지금 온유는 뭘하고 있을까?”
아내와 틈나면 온유가 보내고 있을 시간을 궁금해 합니다.

온유가 처음으로 2박 3일동안 집을 떠나
여름성경학교를 갔기 때문입니다.
전날 밤, 온 가족이 온유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조금전에도 아내와 함께 기도했습니다.
좋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기를,
믿음의 사람들을 만나기를,
예수님을 더욱 사랑하기를..

우리가 기도한다고 아이가 귀가했을 때
눈에 띄는 대단한 변화를 생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의미 있다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자라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조금의 변화라도, 그 변화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제가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했던 것처럼
아이에게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을 위해 기도합니다.

이 아이를 임신하고 아내와 함께 기도할적에
주님이 주신 마음이 있었습니다.
‘다음 세대의 용사가 될 것이다.’
남자 아이가 아닌데 용사라는 묵직한 단어에
아내와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방법과 계획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다가올 시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제가 살아온 40년의 시간에도
놀라운 변화들이 가득했습니다.
후배들은 태어날 때부터 MP3가 있었고
다음 세대는 스마트폰이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이제 더욱 변화를 예측못할 것입니다.
얼마전 지인의 회사에서 가상현실들을 경험했습니다.
가상현실들은 우리가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놀라운 상상을 현실로 가져올 것입니다.
시공간을 넘어 상상의 것을 소유하게 될것입니다.
아픔과 절망을 치유할 수 있는 획기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을것입니다.
지금 그 프로젝트를 위해 힘을 모으는 중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에 그것은 치명적인 쾌락의 도구로 사용될것이며
얼마전 뇌과학자들을 인터뷰했을적에 상상했던 것처럼
앞으로 우리는 영화 <인셉션>이나 <매트릭스>의 세계처럼
현실과 상상의 중간지점에서 고민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믿음의 선택으로 인해
감당 못할 시련과 시험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를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이 아이들을 양육해야 할지 기도하게 됩니다.
주님은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도록
아이를 양육하라 말씀하십니다.
똑똑하고, 성공할 수 있는 아이를 바라시는 것이 아니라
그저 주님의 마음으로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다음 세대들이
자라주기를 기도합니다.

만약에 아빠가 죽으면

청년부 수련회가 있어서
전라도 광주까지 내려왔다가
가족들과 함께 여수로 이동했습니다.
여수에는 장인어른의 묘가 있습니다.
거리가 멀어서 자주 못 찾다가
수련회를 핑계삼아
이곳까지 내려왔습니다.

보슬비를 맞으며
아이들에게 외할아버지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엄마의 아빠가 너희 외할아버지야.”
묘지 앞에서 아이들이 차례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나중에 내가 죽으면 하나님 나라에서 보게 해주세요.”

아이들의 기도가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차로 돌아오는 길에서
온유가 내 손을 꼬옥 잡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빠, 엄마는 왜 할아버지 묘지 앞에서 울지 않아?”
“시간이 많이 지나기도 했고,
나중에 천국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

“나는 만약 나중에 아빠가 죽으면
우리집 앞에다가 아빠를 묻을거야.
그래고 매일 매일 아빠를 찾을거야.
그러면 매일 눈물이 날 것 같아.”

온유의 주말학교

온유는 학교 놀이를 좋아합니다.
훨씬 어렸을 때도 동생을 앉혀놓고
“이소명 어린이”
“네.”
“이소명 어린이 오늘 아침밥 안 먹었나요?
더 크게 대답하세요.”
“네!!”
아이들의 대화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이번 주말에 심층적으로 진행되는
온유의 주말학교를 보며
다채로운 영역과 진도에 놀랐습니다.

부모를 대신한 온유의 수고와 애정에 무한 박수를. ㅎㅎ

아이 하나의 놀라운 가치

소명이는 3.9kg의 우량아로 태어났습니다.
다른 신생아들이 포대기에 파묻혀
병원에서 퇴원할 때,
소명이는 이미 친구들보다
얼굴 하나가 더 나와 있었죠.
6개월이 될 무렵 소명이는 10kg가 훌쩍 넘었습니다.

웅진2009-05-22 11-00-51286

이렇게 무거운 녀석을 매일 안고 다니다보니
아내의 허리와 무릎은 남아나질 않습니다.
아내는 허리를 펼 때마다
‘끙’ 하는 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 가슴은 덜컥 내려앉곤 했습니다.

2009-10-24 22-04-07-1119

밤마다 아내에게 안마를 해주고,
자다가 몇 번씩이나 깨는
아이들을 돌보다보니
저 역시, 얼굴이 푸석푸석해졌습니다.
처음 장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땐
남자 피부가 너무 좋다고 좋아하셨는데,
그것도 이제 다 옛말입니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만,
아내와 전 하루하루 아픈 곳이 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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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화가, 반 고흐는
죽어가던 창녀 크리스틴과
그녀의 아들을 보호하면서,
동생 테오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습니다.

‘내 어떠한 작품도 요람 속에 잠든
한 아이의 가치보다는 못하다.’

웅진301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보기 위해
비싼 값을 치루고,
길게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데,
정작 그는 자신의 어떤 작품도
한 아이의 가치를 이길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몸은 늘 고단하고,
나날이 기운도 잃어가지만,
매일을 정직하게 자라나는 아이들과
무엇을 비교할 수 있을까요?
무엇과 맞바꿀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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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 인한 충일감이
모든 피로를 잊게 하는 걸 보면,
저도 이제 부모가 되어가나 봅니다.

삼촌과 이모

“아빠,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뭐라고 불러야 해?”
“삼촌이나 이모라고 부르면 되지.”
“아니, 그 보다 더. 더. 더. 나이가 많은 사람들한테는 뭐라고 불러야 하냐구.”

다섯 살, 온유의 질문에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들에겐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르면 된다고 말하려다가
왜 그걸 묻는지를 물어봤습니다.
“오늘, 예수님 안 믿는 사람에게 예수님 믿으라고 휴지랑 계란 줘야 하거든.”

아내 명경은 교회 사람들과 화요일이면 거리에서 휴지를 나눠주고 전도를 합니다.
물론, 온유와 소명이도 엄마 손을 잡고 함께 거리로 나갑니다.
그렇게 전도를 나가면 아이들이 더 신이 나서 휴지를 나눠주며 ‘예수님 믿으세요.’라고 말합니다.
아이들의 웃음과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 같이 미소짓는다고 합니다.
부활절이 지난 오늘, 주변의 대학교 두 개의 기독교 동아리와 부활절 연합 전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각 가정마다 계란을 모아 만 개가 넘는 계란을 준비 했습니다.
오늘을 위해서 우리집에서도 며칠전 계란를 한 솥 삶았지요.

온유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온유야, 나이가 더. 더. 많은 사람에게도 그냥 삼촌이나 이모라고 불러.
그러면 좋을 것 같아.”

온유의 첫 번째 말

첫돌이 지나면 아이들은 조금씩 말을
알아듣고 배웁니다.
그리고 몇 가지 단어를 사용해서
의사전달을 합니다.
‘아빠’ ‘엄마’ ‘시여(싫어)’ ‘조아(좋아)’
‘아내(안 해)’ ‘뽀(뽀로로)’
이런 식으로 의사소통이 되면 그 순간
얼마나 아이가 대견스러운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짧은 문장으로
말을 하곤 하지요.

DSC_8626

옆집에 사는 형제들은 각각 첫번째 문장으로
“불 꺼”, “밥 줘”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문장으로 말하면 아빠, 엄마는
아이를 다 키운 것처럼 기쁩니다.

전, 온유가 이런 단어들을 사용할 때 즈음
이스라엘 여행을 갔었습니다.
온유는 아빠가 3주는 지나야 온다는 것을
다 안다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3~4일에 한 번씩
집에 안부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DSC_8631

예루살렘에 위치한 보카치오라는 식당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였습니다.

“오빠, 오빠, 온유가 말을 했어!”
전화를 받자마자 아내가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온유는 원래 말 했잖아.”
“아니, 그런 말 말고, 문장으로 말했다고.”
“정말? 무슨 말을 했는데?”
“잠깐만 기다려봐. 온유를 바꿔줄게.
잘 들어봐.”
“응. 온유야, 아빠야, 아빠가 온유 보고 싶어.”
“……”

“온유야, 말해봐. 온유야, 아빠야.”
“…아빠 조아. 아빠 제일 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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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들리는 딸의 짧은 말에
전 주르륵, 눈물을 흘렸습니다.
온유가 제게 전해준 첫 문장입니다.

“아빠 제일 좋아.”

제 인생에 누가 이런 선물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도 그때 그 두근거림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아릿하며 따뜻해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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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의 성경암송

 

방에서 작업하고 있는데
엄마와 성경암송하는 소리가 듣기 좋아서
숨어서 몰래 녹화했지요.
온유는 이것 저것 이기고 싶은게 많은가 봅니다.
성경암송도 한 번에 다 외워보려고 힘을 냅니다.
내 딸인데 아빠와 성격이 이렇게도 다릅니다.

나는 어릴적에
수련회가서 식사전에 말씀암송하는 일이 가장 두려웠습니다.
온유는 수련회 밥은 잘 챙겨먹을 것 같아서 안심이예요. ㅎㅎ
그런데.. 조금만 더 있으면 자정인데
이녀석들은 아직 잘 생각도 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