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엄니는 사진을 좋아 하셨다.
일 마치고 돌아오실 때까진
사진을 정리할 시간이 없으셨기에
모두가 잠 든 후 필름을 정리하셨다.
당신은 같은 사진을 여러 장 인화하기를 좋아 하셨다.
극히 검소한 아부지에게 목격 당하면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늘 자고 있는 만만한 둘째 아들네 방에서 작업을 하신 거였다.
덕분에 나는 이불을 머리께 까지 덮어 쓰고는 인상 찌푸리며 잠을 청했다.
그만 하라는 소리는 미안해서 못하고, 잠을 설쳐 짜증이 나서
이불 속에서 끙끙 거리며 인상 짓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 되어 있었다.
그런 내가 지금 사진을 찍고 있을 줄이야.
인생은 아이러니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