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한구석에
어제 빨아둔 이불이 널어져 있다.
빨아둔 이불이 겉은 더 더러워져 있다.
마땅히 말릴 곳이 없어서
담벼락에 얹어 놓았더니
거기에 있던 때가 묻어 이 곳 저 곳에 얼룩이 졌다.
하지만 이전보다 깨끗하리라.
전에는 겉만 깨끗했지 속은 온갖 먼지로 가득했거든..
차라리 이게 더 솔직하지 않나 싶다.
이게 더 마음에 든다.
어쨋든, 쨍한 날에 한 번 더 빨아야 겠다.
언제까지 비가 오려나.
비 내리는 소리는 듣기 좋은데
오늘도 어김없이 신발속이 젖어
질퍽거리며 다녔다.
이것 저것
아직 정리되지 못한 것들과
빠르게 변화하는 시간속에
제대로 오늘을 살아내지 못하는 불안함까지..
질퍽한 신발속에 마른 신문지를 둘둘 말아 넣고
내일 이면 다시..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