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렇게 기도하셨어요?

정말 그렇게 기도하셨어요?

. 5분 소요

하노이에서의 마지막 날,
특별한 식사를 계획해 두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습니다.
비를 피하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했고,
결국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시장에 들러 기념품을 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중 하준이(가명)가
성요셉 성당을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일행에서 빠져나와 아이와 함께 성당을 향해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나는 고딕 건축물에 대해 아는 것들을 쏟아냈습니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오게 될지 모르니,
기념품을 포기하고 이곳을 택한 아이에게
후회스럽지 않은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는 모이기로 한 시간에 늦을까 봐
성당 앞마당만 보고 돌아가려 했습니다.
나는 괜찮다고, 늦어서 혼나는 건 내가 책임질 테니
안에도 들어가 보자고 했습니다.

성당 안에서 아이는 장의자 한켠에 앉아 기도했습니다.
이곳에 오고 싶다고 말한 이유가 이 때문이었을까요.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설득이 되고 이해가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쏟아내지 못했던 마음을 담은
한나의 기도가 떠올랐습니다.
그 모습은 시간이 잠시 멈춘 것처럼,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의 건너편에 앉아 나도 함께 기도했습니다.
"주님, 하준이가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아이의 기도를 들어주세요.
하준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밤이 되었습니다.
아픔과 아픔이 쌓였던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말했습니다.
꿈인 것 같다고, 분명히 꿈인 것 같은데,
그래서 이제는 깨고 싶은데,
꿈이 깨어지지 않는다고.

거기에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다 괜찮을 거라는 말은 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더 오랜 시간 아픔은 계속될 수 있으니까요.
나는 그 아픔에 함께 아파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낮에 성당까지 함께 걸었던 하준이가 내게 안겼습니다.
아이에게 내가 성당에서 드렸던
기도의 내용을 말해주었습니다.

나는 네가 어떤 기도를 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나도 옆에서 함께 기도했다고.
주님, 하준이의 기도에 귀 기울여 주세요, 라고.
"정말이에요? 정말 그렇게 기도하셨어요?"
이렇게 되묻던 아이는
내 품에 안겨서 한참동안 울었습니다.
울음이 잦아들고 아이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보내는 이 아픔의 이유를 지금은 알지 못한다고.
나도 50년 정도를 살았는데,
여전히 오늘의 아픔의 이유를 오늘은 알지 못한다고.
다만 이 알 수 없는 시간을, 한참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해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있듯
우리 마음에도 길이 있어서,
그 마음의 방향을 따라 잘 걸어가면,
우리가 걸어온 이 시간이
하준이의 인생에 좋은 재료가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고.

"도움이 필요하면,
기도가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사실 이런 말은 책임질 수 없을 것 같아서 아끼는 말입니다.
하지만 하준이의 눈물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의 눈물을 들으며 미안하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어른으로서 미안하다는 말을 자꾸만 삼키게 됩니다.
평범한 일상을 꿈꾸지만
그 꿈이 참 멀게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사랑을 고민합니다.
사랑하지만 우리는 갈등합니다.
그렇다면 갈등하지 않기 위해 사랑하지 말아야 할까요.

나는 여전히 답을 모릅니다.
다만 그곳에서 드렸던 기도를 다시 드릴 뿐입니다.
주님, 아이들의 마음과 아픔의 시간을 다 알지 못하지만,
이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노래하는풍경 #1641 >

#하노이 #성요셉성당 #세움 #기도

  • 성당에서 기도하는 아이 사진에 얼굴은 ai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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