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ㅇㅇ입니다.
몇 번의 통화 끝에 번호를 차단했는데,
다른 번호로 바꿔 다시 걸려옵니다.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유명한 교회의 목사님들이 자신을 원격으로 폭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환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고, 경찰에 고발하면
그 과정에서 도울 수 있는 부분을 돕겠다고 말하며 통화를 마칩니다.
내가 쓰는 글에도 따라다니며 댓글을 남깁니다.
오랜 시간 이런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단호하지 못해 몇 번을 더 겪다가, 결국 번호를 차단하는 데 이릅니다.
새벽에 잠이 깨어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곁에 신뢰할 만한 멘토가 한 사람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
얼마나 답답했으면 알지도 못하는 내게 전화를 걸었을까 하는 생각.
비단 그 한 사람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혼자만의 망상 속에 갇혀 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어둡습니다.
이번에는 신학생과 ㅇㅇ학과를 대상으로 한 수업이 있습니다.
지난번 ㅇㅇ학과 학생들의 수업 태도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사뭇 다른 반응에 힘이 납니다.
이미 목회를 하고 계신 목사님들도 자리를 함께하십니다.
일부러 더 많은 이야기를 꺼내놓습니다.
ㅇㅇ의 작품을 보여주고 감상을 묻습니다.
거룩하다, 은혜롭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 말을 다 듣고 난 뒤, 이 작품이 오물과 성물을 뒤섞어 만든 것이라는
설명을 들려주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받아들이면 그 아래 놓인 세계관은
끝내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학생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새로운 관점들이 흥미롭다며 질문을 주십니다.
하나님을 아는 이들은 또 다른 하나님의 세계를 알아가기를,
하나님을 믿지 않는 이들은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늘의 색과 구름의 빛깔이 경이로웠습니다.
반가운 소식과 안타까운 소식을 나란히 들으며 기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