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보이는 대로
얘기하지 않았니?”

 

대학교 신체검사에서 색약판정으로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온 내게 엄마가  속상해하시며 물으셨다.

하지만 난 보이는 그대로를 얘기했을 뿐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나는 선생님이 되기를 꿈꾸었다.
선생님이 되어서 이루어낼 사명 같은 이유는 없었다.
내 꿈은 크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싶었을 뿐이다.
그 일상을 살아가기에 선생님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안정된 연봉과 여유로운 방학과
나머지는 보람과 사명정도가
선생님을 바랬던 당시의 이유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꿈을 이루는 길은, 선생님이 되기 위한 길은 쉽지 않았다.
첫 번째 수능시험에서
나는 마지막 외국어 영역 답안지를 한 줄씩 밀려서 작성해버렸다.
답안지를 제출할 때 내 마음이 얼마나 참담했는지 모른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며칠을 살아가다가
답답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여행을 빙자한 가출을 떠나기도 했다.

 

몇 개월의 시간 동안 마음을 추스르고
두 번째 수능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그리고 돌아온 결과가 신체검사에서의 불합격 통지였다.
나는 그 후로 어울리지 않는 국제통상학과를 전공했고 졸업했다.

 

“넌 왜 보이는 대로
얘기하지 않았니?”

엄마의 물음이 몇 년 동안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핸디캡을 가진 눈이라
결국 나는 선생님이 되지 못했지만

이제 그 눈을 가지고 나는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인생인가?

 

나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가르칠 때
자주 좋은 사진의 기준을 이야기한다.
좋은 사진은 어떤 사진일까?
좋은 사진이라는  기준이라는 게 명확히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눈에 보기 좋은 사진만이 좋은 사진은 아니라는 것이다.
때론 온통 흔들려도 그것은 좋은 사진일 수 있다.
그것은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장애와 방해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서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인생을 실패로만 몰고 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작용했다.
아프리카의 아픈 풍경에 생수가 터져나기를 도모했고
실제로 많은 우물이  만들어졌으며
내가 만난 많은 아이들이 그 수혜를 누렸다.

 

핸디캡을 가진 내 눈은
사람과 세상에 있어 눈에 보이는 단면만이 아니라
그 이면이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넌 왜 보이는 대로
얘기하지 않았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 이면이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있는지..
오늘도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