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명이는 3.9kg의 우량아로 태어났습니다.
다른 신생아들이 포대기에 파묻혀
병원에서 퇴원할 때,
소명이는 이미 친구들보다
얼굴 하나가 더 나와 있었죠.
6개월이 될 무렵 소명이는 10kg가 훌쩍 넘었습니다.
이렇게 무거운 녀석을 매일 안고 다니다보니
아내의 허리와 무릎은 남아나질 않습니다.
아내는 허리를 펼 때마다
‘끙’ 하는 소리를 내고,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제 가슴은 덜컥 내려앉곤 했습니다.
밤마다 아내에게 안마를 해주고,
자다가 몇 번씩이나 깨는
아이들을 돌보다보니
저 역시, 얼굴이 푸석푸석해졌습니다.
처음 장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을 땐
남자 피부가 너무 좋다고 좋아하셨는데,
그것도 이제 다 옛말입니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만,
아내와 전 하루하루 아픈 곳이 늘어갑니다.
세계적인 화가, 반 고흐는
죽어가던 창녀 크리스틴과
그녀의 아들을 보호하면서,
동생 테오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습니다.
‘내 어떠한 작품도 요람 속에 잠든
한 아이의 가치보다는 못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보기 위해
비싼 값을 치루고,
길게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데,
정작 그는 자신의 어떤 작품도
한 아이의 가치를 이길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합니다.
몸은 늘 고단하고,
나날이 기운도 잃어가지만,
매일을 정직하게 자라나는 아이들과
무엇을 비교할 수 있을까요?
무엇과 맞바꿀 수 있을까요?
그로 인한 충일감이
모든 피로를 잊게 하는 걸 보면,
저도 이제 부모가 되어가나 봅니다.